-쌀쌀한 날씨 속 직구 최고구속 벌써 142km 쌩쌩 -배영수 “예년 첫등판 땐 134km 정도였는데” 만족 -김정준 전력분석코치 “삼진잡는 공 생겼다” 평가 -‘야신’ 김성근 감독도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호평
“KKKKK!”
배영수(34)가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첫 실전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벌써 최고구속이 142km에 이를 정도로 공에 힘이 있었다.
배영수는 13일 일본 고치 하루노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언스와의 원정 연습경기에 선발등판해 2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2실점했지만, 아웃카운트 6개 중 삼진을 무려 5개나 잡아낼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고치 날씨가 쌀쌀한 데다 이날 바람마저 심하게 불어 투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투구였다.
2실점은 수비에서 실책성 플레이와 불운이 겹친 탓이다. 2-0으로 앞선 1회말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선두타자 구마시로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 2번타자 가네코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수 추승우가 선행주자를 잡기 위해 2루에 던진 송구가 상대 1루주자 헬멧을 맞고 정근우 왼쪽 턱을 때리고 말았다. 더블플레이가 이루어지거나 적어도 1사 1루가 돼야할 상황이 무사 1·2루로 변했다. 이어 3번타자 사이토의 1루수 앞 정면땅볼도 추승우가 더블플레이를 생각하며 서두르다 글러브에서 떨어뜨리면서 무사 만루 위기가 됐다. 추승우의 본업은 외야수로 비상시에 1루수를 보기 때문에 전문 1루수처럼 수비가 능숙하지 않았다.
배영수는 여기서 4번타자 고마즈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5번타자 모리모토에게 떨어지는 볼로 유인구를 던졌지만 상대가 속지 않아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6번타자 오자키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다. 심리적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역시 이후 투구는 경험 많은 베테랑다웠다. 7번타자 호시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한 뒤 홈으로 던져 2사를 만들었고, 8번타자 나카타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감을 잡은 배영수는 2회에 더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쳐나갔다. 선두타자인 9번 야마다와 1번 구마시로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 2번 가네코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3번타자 사이토를 다시 삼진으로 잡아내며 임무를 마쳤다. 이날 한화가 상대한 세이부는 2군 선수가 많았지만 한국계인 모리모토 히초리 등 1군급 선수들도 포함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급 선수들이었다.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는 “최고구속이 142km 나왔고, 무엇보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공이 생겼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오늘 슬라이더가 좋았다”고 평했고, 김성근 감독도 “이 정도면 전체적으로 괜찮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영수는 “캠프에서 왼쪽 어깨를 안쪽으로 닫아놓고 던지기 위해 투수코치님과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포크볼을 가다듬어 삼진 잡는 결정구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오늘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불어 포크볼을 던질 때 제대로 잡아채지 못한 것 같다. 대신 슬라이더는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예년에는 실전투구가 지금보다 훨씬 늦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첫 등판할 때 보통 직구는 134km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 시기에 벌써 140km 이상 나왔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치(일본)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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