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세이부 연습경기서 유격수로 선발출장해 눈길 김성근 감독 “SK 때도 유격수 해봤잖아” 다양한 실험 정근우, 1회말 수비 때 공에 턱 맞고 쓰러져 교체 ‘액땜’
한화 정근우(33)는 13일 일본 고치 하루노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언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 뻔했다. 3번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1회말 첫 수비에서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한화 관계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무사 1루서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는 상대 2번타자인 가네코를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여기서 1루수로 선발출장한 추승우는 선행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던졌다. 이때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선수는 유격수 정근우. 그런데 갑자기 정근우가 쓰러진 뒤 그라운드를 나뒹굴었다. 경기는 중단됐고, 한화 수비수들은 물론 상대 주자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진 정근우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한화 트레이너가 전력질주로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가갔다. 멀리서 보기에는 주자의 거친 슬라이딩에 정근우의 발목이나 무릎 등이 충돌한 듯 보였다.
다행히 정근우는 한동안 주저앉아 있다가 치료를 받고 다시 일어서더니 수비 위치로 돌아가 정상적으로 1회 수비를 마쳤다. 큰 부상은 아니라는 신호. 한화 관계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결국 정근우는 2회부터 빠졌다. 3번 유격수 자리에는 대신 지난해 말 고양에서 영입된 육성선수 정유철이 나섰다.
그런데 한화 구단직원들이 알아보니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던 상황이었다. 1회말 수비 때 1루수 추승우의 송구가 주자의 헬멧을 스치면서 굴절돼 정근우의 왼쪽 턱을 강타한 것. 턱에는 상처가 나 있을 정도였다. 한화 구단 직원은 “자칫 공이 조금만 위쪽으로 날아왔다면 입이나 코에 맞을 뻔했다. 날씨도 쌀쌀한데 이가 나가거나 코뼈가 부러질 수도 있었다”며 “정근우로서는 액땜을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성근 감독도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정근우를 교체했다. 정근우는 턱에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이는 응급처치를 했지만, 경기 후 보니 거즈에 피가 스며 나와 있을 정도로 공에 맞은 충격파는 컸다. 통증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고 인상을 쓰면서 버스에 올라탔다.
한화 정근우.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그런데 이날 정근우는 왜 유격수로 선발출장했을까. 정근우라면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2루수다. 김 감독은 “오늘 유격수 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그랬다”면서 “권용관은 최근 어깨가 조금 좋지 않고, 강경학은 무릎에 통증이 있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데, 무리할 필요가 없어서 대신 정근우를 유격수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정근우가 시즌 때도 유격수로 나설 수도 있다. SK 시절에도 유격수 본 적 있다”면서 “캠프에서 유격수 훈련도 시키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현재 김성근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전 유격수는 권용관, 주전 2루수는 정근우이지만 상황에 따라 정근우가 유격수로 들어가는 구상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 2루수 요원으로는 오키나와에서 재활훈련을 하고 있는 한상훈에다 이학준과 이창열 등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날 세이부전에 2루수로는 김 감독이 “다부진 타격을 한다”고 평가하는 이창열이 나섰다.
갖가지 상황에 대비해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가기 위한 ‘야신’ 김성근 감독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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