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포스트 김연아’ 엇갈린 희비

4대륙피겨 女싱글 쇼트프로그램
박소연 스핀 실수로 53.47점 10위, 김해진은 무결점 연기 펼치며 11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어요.”

같은 말을 하는 동갑내기 두 선수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박소연(18·신목고)은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고 김해진(18·과천고)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포스트 김연아’를 다투던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성적은 박소연이 앞섰다. 박소연은 기술점수(TES) 27.99점에 예술점수(PCS) 25.48점을 더한 53.47점을 받아 10위에 올랐다. 자신의 쇼트 프로그램 국제대회 최고 점수(57.22점)는 물론이고 올 시즌 최고 점수(55.74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날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연결 점프를 2회전으로 처리하고 세 번째 과제인 플라잉 캐멀 스핀을 구사하지 못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박소연은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처음으로 60점을 넘기는 등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다. 경기 직후 그는 “스핀에서 실수한 게 좀 황당하다. 긴장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실수를 하면 안 되는 곳에서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김해진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오랜만에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기술점수(TES) 28.72점, 예술점수(PCS) 22.69점으로 51.41점을 받아 11위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4대륙 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록한 57.48점이었다. 환한 표정으로 믹스트존에 들어온 김해진은 “이번 시즌 쇼트에서 계속 실수를 해 많이 속상했다. 쇼트에서 클린(무결점 연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며 만족해했다. 그는 “안방 경기라 많은 분들이 큰소리로 응원해주셨다. 마음이 더 편안했다”며 웃었다.

이날 1위는 일본의 미야하라 사토코(64.84점)가 차지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는 62.67점으로 2위에 올랐다. 채송주(화정고)는 42.16점(15위)으로 쇼트 프로그램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자 싱글 프리 프로그램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편 한국 아이스댄스 기대주 김레베카-키릴 미노프 조(러시아)는 이날 프리 댄스에서 74.22점을 받아 종합 9위(합계 120.76점)로 대회를 마쳤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