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마린 보이’ 박태환의 도핑 양성 반응이 파문을 일으켰다. 도핑이라는 용어는 경마에서 유래됐다. 1899년 영국에서 ‘경주말에 사용되는 아편과 마약물의 혼합물’이라는 의미로 처음 등장했다. 19세기에 경주마의 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포도주나 위스키가 사용됐다는 자료도 나온다. 최초의 도핑테스트는 1911년 오스트리아에서 경주마의 건강과 경마의 공정성을 위해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세월 지속된 도핑과의 전쟁은 국내 경마장도 마찬가지다. 15일 끝난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에서 2년 만에 다시 우승한 암말 ‘천년동안’은 두 차례 도핑 테스트를 거쳤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당일 출발 3시간 전 레이스에 나서는 모든 말에 대해 혈액 검사를 한다. 레이스 종료 후에는 바로 1,2,3위를 차지한 말들로부터 뇨(尿) 샘플 100ml 뽑아 2차 검사를 실시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말들에게 시료를 채취하는 일은 진땀을 흘리게 할 때도 있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강신욱 과장은 “말을 어두운 장소로 데리고 가 휘파람을 불면 소변을 쉽게 보는 습성이 있어 이 때를 노려 샘플을 수집한다. 하지만 1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몇 해 전 한 경주마에게서 플루낙신이라는 금지약물이 검출됐는데 조사 결과 해당마는 그런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없었다. 알고 보니 다른 마방에 들어갔다 바닥에 깔린 깔짚을 먹었는데 이 깔짚에 약물치료를 받은 말의 분뇨가 묻어있었던 것이다. 결백을 주장했지만 해당 말의 관리사는 관리 소홀로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도핑 테스트 검사항목은 흥분제, 진정제, 마약류, 진통소염제 등 185종에 이른다. 말들이 먹는 사료에 대한 약물검사도 별도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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