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13일에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대한체육회(체육회)가 “개정안이 합의 내용과 다르다”며 거세게 반발해 일정이 미뤄졌다.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는 지난해 11월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통합에 합의했다. ‘2017년 2월까지 두 단체를 통합하고, 이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를 논의한다’는 내용이었다. 두 단체 모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관장하는 기구를 하나로 만들어 함께 발전한다는 명분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합의 이후 정부가 ‘KOC 분리’까지 포함한 개정안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통합 논의가 아예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통합 논의의 핵심은 KOC의 분리 여부다. 체육회는 분리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올림픽 등 엘리트체육이 중심인 현실에서 KOC를 떼어 내면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위상이 크게 약화돼 국체회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국체회는 반대 입장이다. 규모가 큰 체육회 위주로 통합단체가 운영되면 생활체육이 들러리가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는 KOC 분리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KOC를 떼어 낸 뒤 새 통합단체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체육회의 반발 이후 ‘통합과 KOC 분리’를 묶어 처리하려 했던 정부는 “원칙을 얘기한 게 이번에 처리한다는 것으로 와전됐다”며 한발 물러났다. 체육회도 이를 받아들였다. 국체회도 분리를 통합 선결조건으로 요구할 필요성이 줄었다.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제정한 생활체육진흥법을 통해 숙원이던 법정법인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원래 합의했던 ‘선통합 후분리’로 정리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분리안이 쟁점이 될 것에 대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개정안을 발의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이제 한국 체육은 국위선양을 넘어 문화, 외교, 산업과 융합해 발전하고 있다. 대학 체육 관련 학과에도 인재가 몰린다. 통합 후 이들이 힘을 합쳐 한국 체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다 보면 KOC 분리 여부는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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