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와 결혼하려면 야구선수 되라? ‘찰떡궁합’ 이유 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11시 13분


김태균(33·한화), 박병호(29·넥센), 최정(28·SK), 강민호(30·롯데).

한국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들인 이들에겐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야구를 잘하고, 그 대가로 엄청난 돈을 번다.

김태균은 4년 연속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15억 원) 선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민호는 2013년 말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 대우인 4년간 75억 원에 계약했고, 최정은 지난 연말 4년간 86억 원으로 강민호의 기록을 경신했다.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의 올해 연봉은 7억 원이다.

야구에서만 대박을 친 게 아니다. 결혼(또는 연애)에서도 모두 홈런을 쳤다. 가장 선망 직종으로 꼽히는 아나운서(또는 기상캐스터)를 배우자로 맞았기 때문이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2010년 말 결혼한 김태균(당시 일본 롯데)과 김석류 전 KBSN 아나운서다. 이듬해 박병호가 이지윤 전 KBSN 아나운서와 화촉을 밝혔고, 지난 연말엔 최정이 나윤희 울산 MBC 기상캐스터와 결혼했다. 최근에는 강민호가 신소연 SBS 기상캐스터와 열애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야구 선수와 아나운서 커플이 점점 유행이 돼가는 분위기다. 야구 선수와 여자 아나운서는 왜 서로에게 끌리는 것일까.

●신체와 지성의 환상 조합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야구 선수의 일상은 고달프다. 1월 중순 해외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11월 마무리훈련까지 일 년의 대부분을 팀과 함께 보낸다. 일주일에 6경기를 치러야 하고 그나마 하루 쉬는 월요일은 이동일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개인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이성을 소개받기도 어렵다.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야구장에 드나드는 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접촉의 빈도가 높아졌다. 때로는 누나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편하게 자신들을 대하는 아나운서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선수들은 아나운서들이 지니는 지적 이미지도 좋아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운동에만 집중하느라 지적인 갈증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다. 예쁘고 똑똑한 아나운서들은 당연히 사귀고 싶은 여자 1순위다”라고 전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생활 역시 녹록치 않다. 남자들의 세계인 야구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선수들의 따뜻한 한 마디나 배려 넘치는 행동에 고마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와 결혼하려면 야구 선수가 되라(?)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야구 스타와 아나운서 커플을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 아나운서들이 스포츠 현장에 투입된 것이 계기다. 1995년 일본의 명포수 후루타 아쓰야(전 야쿠르트 감독)가 후지TV의 나카이 미호 아나운서와 결혼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치로 스즈키(마이애미)-후쿠시마 유미코, 아오키 노리치카(샌프란시스코)-오타케 사치, 마쓰자카 다이스케(소프트뱅크)-시바타 토모요, 우치카와 세이치(소프트뱅크)-나가노 츠바사,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우에바 에리카, 다카하시 요시노부(요미우리)-오노데라 마이 등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특히 이치로는 8살 연상의 후쿠시마 아나운서를 아내로 맞았는데 메이저리그 진출 후 영어에 능통한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야구가 국민 스포츠인 일본에서 야구 스타는 사회적인 지위가 상당히 높다. 선망 직종인 아나운서와 자주 연결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야구 선수-아나운서 커플은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인생역전은 단연 박병호

스타 선수-아나운서 커플이 야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박지성은 지난해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김남일-김보민 KBS 아나운서 커플도 유명하다. 결별하긴 했지만 농구 선수 출신 서장훈도 오정연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하지만 전 종목을 통틀어 아나운서와의 결혼을 통해 역전 만루홈런을 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박병호다. 이지윤 전 아나운서와 조용히 연애를 시작할 당시 박병호는 LG에서 1, 2군을 오르내리는 처지였다. 2011년 중반 넥센으로 트레이드됐을 때 이 전 아나운서는 그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줬고, 이듬해부터 박병호는 리그를 호령하는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최우수선수(MVP)나 골든글러브 등의 상을 받을 때마다 박병호가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