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 소녀’는 이제 ‘필드의 여왕’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는 새해를 맞아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벗었다. 렌즈를 착용하고 쌍꺼풀 수술까지 한 그는 성숙한 외모만큼이나 골프에서도 새롭게 눈을 떴다.
22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파73·6751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인 리디아 고는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2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그는 양희영(26)을 2타차로 제치고 시즌 3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우승 상금 18만 달러(약 2억 원)를 받은 그는 올 시즌 개막전인 코츠챔피언십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최나연(SK텔레콤·이번 대회 불참)을 제치고 상금 랭킹 1위(31만5897 달러)에 올랐다. 미국LPGA투어 통산 6승째(아마추어 2승 포함). 리디아 고는 “긴 하루였다. 까다로운 코스와 무더운 날씨가 힘들었지만 나흘 동안 이글을 3개나 할 만큼 행운도 따랐다”며 기뻐했다.
올 시즌 3개 대회에 모두 출전한 리디아 고는 우승 1회, 준우승 1회, 공동 7위의 성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인이던 지난해 3승을 거두며 화려한 루키 시즌을 보냈던 그는 올해 ‘2년생 징크스’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독주 체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드라이버가 페이드에서 드로 구질로 바뀌면서 비거리가 늘었다. 원래 강했던 쇼트게임과 퍼팅 감각은 여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리디아 고는 호주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양희영과 선두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매치플레이 양상의 긴박한 승부를 펼쳤다. 알 수 없던 둘의 맞대결은 천둥 번개로 1시간 10분가량 경기가 중단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10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남겨둔 상황에서 철수한 양희영은 속개된 경기에서 이글을 놓친 뒤 15, 17번 홀에서 1m 안팎의 짧은 파퍼트를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쉬는 동안 점심을 먹고 부족한 부분을 재정비했다”는 리디아 고는 후반 들어 10,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남은 홀을 침착하게 모두 파로 마무리해 승리를 지켰다. 리디아 고는 이달 초 미국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코츠챔피언십에서 마지막 16번 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17번 홀에서 어이없는 세컨드 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2위로 대회를 마쳐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무관의 여제라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날은 다시 찾아온 트로피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앞서 열린 2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연이어 우승한 뒤 교포 선수인 리디아 고가 바통을 이으면서 코리아 강세는 계속됐다. 리디아 고는 다음 LPGA투어 대회인 태국 혼다 타일랜드는 불참하고 고국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리디아 고의 대항마로 꼽히는 김효주는 태국에서 미국LPGA투어 데뷔전을 치르게 돼 둘의 만남은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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