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신의 새내기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올해 데뷔한 김세영(22·미래에셋)과 장하나(23·비씨카드), 백규정(20·CJ오쇼핑)이 새내기답지 않은 실력으로 ‘코리언 돌풍’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세영, 장하나, 백규정의 적응은 예상보다 빠르다. 김세영은 데뷔 2경기 만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 신고를 마쳤고, 개막전이었던 코츠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장하나는 계속해서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확실하게 존재감을 심어주고 있다. 초반 2개 대회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백규정도 3번째 대회인 호주여자오픈에선 시즌 첫 톱10에 진입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음을 입증했다.
빠른 적응의 가장 큰 원동력은 KLPGA 투어의 경험이다. 특히 길어진 코스와 까다로운 그린에서의 풍부한 경험은 LPGA 투어와의 수준차를 줄이는 원동력이 됐다.
KLPGA 투어에선 최근 들어 코스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2014년 국내에서 열린 25개 대회 중 16개 대회의 코스 길이가 6500야드 이상이었다. 3∼4년 전과 비교하면 200∼300야드 정도 늘었다. 6700야드가 넘는 대회도 2개나 됐다. LPGA 투어의 경우 일반 대회는 평균 6500∼6600야드, 메이저대회는 6700야드 정도다. 코스 세팅을 가장 어렵게 하기로 유명한 US여자오픈의 경우 파70 코스에 6649야드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장타력을 갖춘 선수일수록 적응이 빠르다는 점이다. 김세영과 장하나는 KLPGA 투어 시절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1·2위를 다퉜다. 백규정도 평균 260야드 이상 보낼 수 있는 장타자다.
LPGA 투어는 코스 길이를 길게 조성하는 대신 확실한 난이도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4개의 파5 홀 중 1∼2개는 2온 공략이 가능하도록 짧게 한다. 파4 홀 중에서도 몇몇 홀은 450야드 가깝게 조성하지만, 최소 1개의 홀은 310야드 전후로 짧게 만들어 난이도를 조절하고 있다. 김세영이 우승한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만 봐도 이런 코스 세팅을 확인할 수 있다. 4개의 파5 홀 중 2개 홀은 480야드와 485야드에 불과했다. 또 가장 짧은 파4 홀은 310야드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가장 긴 파4 홀은 412야드였다.
김세영의 부친 김정일(53) 씨는 “지난해와 올해 LPGA 투어에 출전하면서 코스 세팅을 살펴보니 우리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 세팅이다. 특히 외국선수들은 장타자인 경우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우리 선수들은 장타자이면서 정확성도 좋아 긴 코스 공략에 유리함을 안고 있다. KLPGA 투어를 뛰면서 쌓은 경험이 충분한 예비고사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