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을 마운드에서 실천하고 있는 두산 유희관(29)이 일본 야구의 거장까지 놀라게 했다. 소프트뱅크의 오 사다하루(왕정치) 회장이 유희관의 투구에 혀를 내두른 채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연은 이렇다. 오 회장은 설 연휴 기간인 20일 일본 미야자키 이키메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 두산의 연습경기를 직접 참관하러 왔다. 유희관은 바로 이날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2km. 아웃카운트 아홉 개를 잡는 동안 투구수는 3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 회장이 경기 전부터 유희관에 대해 관심을 보였던 부분은 따로 있다. 두산 김태룡 단장이 유희관을 소개하면서 “최고 시속 130km의 공으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투수”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솔직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곁에 있던 소프트뱅크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3회에 유희관이 등장해 3자범퇴로 막아내자 약간 놀라면서 ‘저 공을 왜 못 치지? 운이 좋았나?’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4회부터는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5회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한 뒤에는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유희관을 바라봤다”고 귀띔했다.
두산은 미야자키에서 계속 일본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상황이라 때마침 일본어로 된 캠프 가이드북을 준비해갔다. 오 회장은 그 가이드북을 계속 들춰보며 유희관의 프로필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유희관이 공을 던지는 동안 오 회장을 비롯한 소프트뱅크 관계자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척 뿌듯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