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은 시즌 개막 후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최나연(28·SK텔레콤)이 첫 대회인 코츠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김세영(22·미래에셋)이 바하마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역대 최다승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의 미국LPGA투어 시즌 최다승은 2006년 작성한 11승이다. 교포 선수들의 승수는 포함하지 않았다.
화끈하게 시동을 건 한국 여자 골프는 이제 ‘준비된 신인’ 김효주(20·롯데)의 출격으로 가속페달을 더욱 강하게 밟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시력 교정 수술 후 대회 출전 없이 맹훈련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김효주는 26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혼다 타일랜드대회를 통해 미국LPGA투어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미국 무대에서도 최강자 노린다
지난해 프로 데뷔 2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한 김효주는 지난 두 달 가까이 태국에서 미국 무대 정복을 위한 훈련에 매달렸다. 김효주는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골프 여제’로 불린다. 이제 김효주의 눈은 국내 무대가 아닌 세계를 향해 있다.
김효주가 시즌 첫 출전을 하는 혼다 타일랜드 대회는 상위 선수 80여 명만이 출전하는 초청대회다. 당초 김효주는 새내기여서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대회조직위원회의 초청장을 받았다.
김효주는 연초부터 태국 방콕 동북쪽 쁘라친부리에 위치한 까빈부리 스포츠클럽에서 스윙 코치인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55)과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미국LPGA투어에 적응하는 데 필수인 체력 강화와 스윙 교정, 쇼트게임 위주다. 특히 50∼80m 거리의 어프로치 샷을 가다듬고 미국의 다양한 잔디 환경에 대비한 웨지 샷도 보완했다.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주니어 시절로 돌아간 듯 강행군의 연속이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연습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른다. 이른 시간부터 연습 라운드를 한 뒤 점심 식사와 함께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에는 다시 골프장에 나가 4시간 가까이 샷 훈련에 이어 퍼팅과 쇼트게임을 가다듬는다. 저녁 식사 후에는 숙소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2시간의 체력 훈련을 소화한다. 취침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면 곧장 곯아떨어진다는 게 김효주의 얘기.
연습 라운드는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활동 중인 박상현(32·동아제약)과 김도훈(26) 등 남자 선수들과 함께 한다. 김효주는 “파워풀한 스윙을 하는 남자 선수와 함께 치다 보면 내 비거리도 늘어나는 느낌이다. 특히 경기 중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 조언도 받을 수 있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밝혔다.
김효주를 초등학교 때부터 지도하고 있는 한 전 감독은 “스윙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이미 검증된 실력을 보였기에 올해 2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시력 교정을 위해 라섹 수술을 받은 김효주는 회복 중이기는 하지만 시력이 1.0 정도로 좋아졌다.
데뷔전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김효주는 최근 동료들의 선전에 힘을 얻었다. 김효주는 “김세영과 장하나 등 국내파 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거둬 놀랐다. 한국에서 같이 경기하던 선수들이 곧바로 LPGA 투어에 적응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국내파도 미국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효주의 올 시즌 목표는 LPGA 투어 신인왕이다. 여기에 신인왕을 넘어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8·캘러웨이)와 함께 양강 구도까지 형성하겠다는 각오다. 김효주는 “리디아 고는 뛰어난 선수다. 지난해부터 LPGA 투어에 데뷔해 랭킹 포인트를 쌓은 리디아 고와 비교적 평점이 낮은 국내 투어에서 뛴 나는 다르다. 본격적인 대결은 이제부터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미국LPGA투어 본격 진출을 앞두고 용품 계약사인 일본 요넥스로부터 새 클럽을 제공 받아 분위기를 바꿨다. 골프 볼도 던롭 스릭슨의 ‘뉴 Z-스타’로 바꿨다. 김효주는 “새로운 공은 타구감과 스핀 성능이 뛰어나다. 바람의 영향도 별로 받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필드 위에서는 경쟁자이자 조력자
김효주를 비롯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한 ‘젊은 피’들의 가세는 한국 낭자들의 미국 무대 정벌에 힘을 더욱 실어 줄 것으로 전망이다. 장하나(BC카드)는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다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장하나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세영은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국내에서 김효주와 라이벌 관계였던 백규정(CJ오쇼핑)도 적응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강자의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선배들도 새롭게 가세한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박인비, 최나연, 박희영, 유소연(이상 하나금융그룹) 등 LPGA 투어의 베테랑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훈련으로 올 시즌을 대비했다. 최나연은 “올해 실력파 루키들이 많이 합류한 것이 큰 자극이 됐다. 그만큼 지난겨울에 일찌감치 훈련을 시작해 더 많은 준비를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필드 위에서는 우승컵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선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이 선배들의 강점이다. 김세영은 “투어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선배들의 존재감만으로도 안정된다. 마치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편하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후배들이 미국 무대에서는 신인일 수 있겠지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 잘 적응하고 있다. 선배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는 분위기가 중요한 경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국 선수들은 하반기에 9승을 거뒀다. 그만큼 분위기를 한번 타면 제대로 하는 것이 한국 선수들의 장점이다. 초반부터 상승세를 탄 만큼 역대 최고의 시즌을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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