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외국인 선수 활용법

우리은행이 2003년과 2006년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통합 우승을 했을 때 일부 팬들은 ‘캐칭은행’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당시 우리은행 소속 외국인 선수 타미카 캐칭이 우승을 이끌었다는 의미였다. 캐칭은 세 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34분25초를 뛰면서 평균득점 25.91점, 평균 리바운드 15.75개를 기록했다.

23일 정규리그 3연패를 이룬 우리은행은 지금도 리그 최강이다. 하지만 더 이상 특정 선수의 팀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지난 두 시즌 통합 우승의 비결은 낮아진 외국인 선수 의존도다. 임영희 박혜진 양지희 등 국내 선수를 중심으로 이뤄진 전력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외국인 선수도 팀 전력에 맞춰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우리은행의 대표 외국인 선수는 샤데 휴스턴이다. 휴스턴은 경기당 평균 16.81점(리그 2위)을 책임지는 팀의 주요 득점원이다. 궂은일과 수비 등에서도 자기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휴스턴의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은 22분 53초. 팀 동료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뛴 박혜진(평균 36분39초)보다 10분 이상 적고,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뛸 때보다는 8분22초 줄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가장 큰 대항마인 신한은행도 ‘외국인급’ 활약을 하는 김단비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하지만 ‘전방위 효녀’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없었다면 우리은행을 추격하는 것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지난해 12월 팀 동료 제시카 브릴랜드가 무릎을 다친 뒤 혼자 두 사람 몫을 해내고 있다. 브릴랜드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나키아 샌포드는 아직 적응 중이어서 사실상 혼자 뛰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8분35초를 출전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 나섰다. 특히 브릴랜드가 떠난 뒤에는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득점 16.8점(리그 3위), 평균 리바운드 9.5개(리그 2위) 등 고르게 활약하며 팀 공헌도에서도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정인교 신한은행 감독은 “크리스마스는 시즌 절반을 혼자 뛰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2위가 결정되면 출전시간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