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즌 연속 챔피언’ 삼성화재 사단엔 특별한 게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19시 08분


코멘트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선수들의 하루는 오전 6시 10분에 시작된다. 경기 당일이나 경기 전일을 제외하곤 매일 아침 이 시간에 체육관에 나와 체중을 잰 뒤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전 7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함께 아침을 먹는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들보다 조금 빨리 아침을 연다. 그의 사무실은 언제나 오전 6시가 되기 전에 불이 켜져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날 술을 마셨거나 말거나 한결같다. 1995년 처음 삼성화재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20년간 해온 습관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솔선수범하니 선수들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화재가 지난 7시즌 연속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건 이 같은 철저한 관리와 조직력이 바탕이 됐다. 삼성화재는 올해도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유력하다. 올 시즌까지 우승하면 8연속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이다. 신치용 감독은 “우리 팀이라고 기술적으로 특별한 게 뭐가 있겠나. 원칙과 기본을 잘 지켰을 뿐이다. 삼성화재의 힘은 팀워크와 조직력이다”라고 했다.

●삼성화재 출신에겐 특별한 게 있다

삼성화재만 승승장구 하는 게 아니다. 신치용 감독 밑에서 코치와 선수로 배우고 익힌 지도자들이 맡은 팀들 역시 잘 나간다.

남자부 2위와 3위는 각각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다. 선수 시절 ‘월드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1995년 입단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삼성화재에서만 뛰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한국전력 때 선수로 10년, 삼성화재 때 코치로 7년 등 모두 17년을 신치용 감독과 함께 보냈다.

현재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남자부 포스트시즌은 삼성화재 출신 스승-제자간의 경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김 감독과 신영철 감독의 지도 스타일 역시 신 감독을 벤치마킹한 부분이 많다.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게 그렇다. 훈련에 있어서는 절대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는다. 만년 하위 팀인 한국전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신영철 감독은 “선생님(신치용 감독을 지칭)의 배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을 본다. 선수 관리나 지도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항상 겸손하라’는 말도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여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로공사의 서남원 감독 역시 신치용 감독의 제자다. 선수 시절엔 신치용 감독과 함께 한 적이 없지만 1996년부터 10년간 삼성화재 코치를 지내며 신 치용 감독을 보좌했다.

●선의의 경쟁은 이제부터

신치용 감독 이하 ‘삼성화재 사단’ 지도자들은 1년에 한 두 차례 모임을 가질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의 정은 코트 밖에서의 일이다. 승부에서는 털끝만큼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신치용 감독은 권좌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제자들은 호시탐탐 스승의 벽을 넘어보려 한다.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는 올해 모두 6번 졌는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에 2패씩을 당했다.

신치용 감독은 “원래 승리 세리머니를 크게 하지도 않지만 제자들과의 대결에서는 더 자제하려고 한다. 그보다 지지 않으려 더욱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영철 감독도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가 없는 건 당연하다. 예의는 갖추되 코트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승부가 끝난 후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면 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