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승규 “정성룡 형 보면서 많이 배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25일 06시 40분


울산현대 김승규는 2015호주아시안컵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벤치에서 팀워크를 배웠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 주전 수문장의 상징인 1번을 달고 뛰는 그는 소속팀에 2005년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안기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울산현대 김승규는 2015호주아시안컵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벤치에서 팀워크를 배웠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 주전 수문장의 상징인 1번을 달고 뛰는 그는 소속팀에 2005년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안기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동아DB
■ 울산 GK 김승규

아시안컵 아쉬움? 뛰든 안 뛰든 팀이 우선
정성룡 형도 벤치서 열심히 파이팅 ‘모범’
등번호 1번 무게감…울산 우승 기여할 것


울산현대는 13일 2015시즌 선수단 등번호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골키퍼 김승규(25)의 번호였다. 그는 주전 수문장의 상징인 1번을 달게 됐다. 종전까지는 1월 서울 이랜드FC로 이적한 베티랑 김영광(32)이 울산의 1번이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김승규가 1번을 차지한 것은 10시즌 만에 처음이다. 이는 큰 상징성을 갖는다. 만년 2인자에서 국가대표 골키퍼까지 굴곡진 10년을 경험한 그가 명실상부한 울산의 주축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 “정성룡 형에게서 실망하지 않는 법 배웠다”

김승규는 1월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의 유력한 주전 골키퍼 후보였다. 이미 지난해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을 중용했다. 김승규는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치른 6경기 중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 1경기에서만 골문을 지켰다. 김승규는 “기분이 마냥 좋을 리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경기에) 뛰든, 안 뛰든 중요한 것은 팀이다. 특히 (정)성룡이 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정성룡(30·수원삼성)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유일하게 1분도 출전하지 못한 선수였다. 비주전 고참들의 입이 나오기 시작하면, 팀 분위기는 망가진다. 그래도 정성룡은 경기 다음날 회복 훈련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가장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주전과 비주전 할 것 없이 대표팀은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선수들이 벤치에서 더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김승규는 “(정)성룡이 형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라고 안 할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김승규의 대표팀 경력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에선 연장 후반 교체된 직후 골을 허용해 금메달 꿈을 놓쳤다. 2012런던올림픽 예선에선 주전 골키퍼로 뛰었지만, 본선에선 손가락 부상으로 낙마했다.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지만, 이번 아시안컵 이후로는 다시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승규는 “슈틸리케 감독님은 골키퍼에게 공이 왔을 때 패스를 잘 연결하는 것도 중요시한다. 골키퍼가 킥에서 실수하면 팀 전체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 점을 더 보완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 입단 10년 만에 1번 차지, 울산은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도전

김승규의 축구인생은 항상 정글 속에 있었다. 잠시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것 정도로는 낙담하지 않을 만큼 내성이 쌓여있다. 쓰러져도 항상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울산 산하 유소년팀인 현대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입문했다. 2007년에는 17세 이하 월드컵에 주전 골키퍼로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울산에는 김영광이란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1군 무대에서 실력을 뽐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김승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보다 훨씬 늦게 프로에 들어온 동기들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 그땐 그냥 버티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묵묵히 칼을 갈던 김승규에게 천금의 기회가 왔다. 김영광이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당한 틈을 타 출전 기회를 늘렸다. 2013시즌 K리그 32경기에서 27점만을 허용하며 울산의 리그 최소실점 기록에 기여했다. 이제 주전으로 도약한지 3년차다. 2015시즌 당당히 등번호 1번을 단 그는 울산의 정상 등극을 정조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그가 입단하기 직전 해인 2005년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9년간 정규리그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김승규는 “골키퍼는 특히 수비수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임창우(23) 등 새롭게 가세한 포백라인과 호흡을 잘 맞춰서 우승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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