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출신 김세진-신영철 감독 리그 2, 3위 달리며 PS 진출 유력
여자 선두 도로공사 서남원 감독도 코치로 10년간 신치용 감독 보좌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선수들의 하루는 오전 6시 10분에 시작된다. 경기 당일이나 경기 전일을 제외하곤 매일 아침 이 시간에 체육관에 나와 체중을 잰 뒤 몸을 풀기 시작한다. 오전 7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들보다 조금 빨리 아침을 연다. 그의 사무실은 언제나 오전 6시가 되기 전에 불이 켜져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날 술을 마셨거나 한결같다. 1995년 처음 삼성화재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20년간 해온 습관이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솔선수범하니 선수들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화재가 지난 7시즌 연속 챔피언 자리에 오른 건 이 같은 철저한 관리와 조직력 덕분이다. 삼성화재는 올해도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유력하다. 올 시즌까지 우승하면 8연속이자 통산 아홉 번째 우승이다. 신 감독은 “우리 팀이라고 기술적으로 특별한 게 뭐가 있겠나. 원칙과 기본을 잘 지켰을 뿐이다. 삼성화재의 힘은 팀워크와 조직력”이라고 했다.
○ 삼성화재 출신에겐 특별한 게 있다
삼성화재만 승승장구하는 게 아니다. 신 감독 밑에서 코치와 선수로 배우고 익힌 지도자들이 맡은 팀들 역시 잘나간다.
남자부 2, 3위는 각각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다. 선수 시절 ‘월드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1995년 입단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삼성화재에서만 뛰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한국전력 때 선수로 10년, 삼성화재 때 코치로 7년 등 모두 17년을 신 감독과 함께 보냈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남자부 포스트시즌은 삼성화재 출신 스승-제자 간의 경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감독과 신영철 감독의 지도 스타일 역시 신 감독을 벤치마킹한 부분이 많다.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게 그렇다. 훈련에서는 절대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는다. 만년 하위 팀인 한국전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신영철 감독은 “선생님(신치용 감독을 지칭)의 배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을 본다. 선수 관리나 지도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항상 겸손하라’는 말도 언제나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말했다.
여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로공사의 서남원 감독 역시 신치용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 시절엔 신치용 감독과 함께한 적이 없지만 1996년부터 10년간 삼성화재 코치를 지내며 신치용 감독을 보좌했다.
○ 선의의 경쟁은 이제부터
신치용 감독 이하 ‘삼성화재 사단’ 지도자들은 1년에 한두 차례 모임을 가질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의 정은 코트 밖에서의 일이다. 승부에서는 털끝만큼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신치용 감독은 권좌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제자들은 호시탐탐 스승의 벽을 넘으려 한다.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는 올해 모두 여섯 번 졌는데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에 2패씩을 당했다.
한편 여자부 최하위 인삼공사는 시즌 막판 확실한 ‘고춧가루 부대’로 나섰다. 인삼공사는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5위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3-0(25-20, 25-18, 25-22)으로 이겼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갈 길 바쁜 4위 흥국생명, 3위 기업은행에 이어 GS칼텍스마저 잡으며 시즌 첫 3연승을 달린 인삼공사는 최하위 탈출에도 불씨를 살렸다. 남자부 선두 삼성화재는 최하위 우리카드를 3-0(25-20, 25-23, 25-20)으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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