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프로축구 갑(甲·2부)리그 옌볜FC 박태하(47) 감독의 다부진 각오였다. 옌볜 구단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4일부터 경남 거제에서 막바지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1일 거제에서 만난 박 감독은 “무리 없이 계획대로 동계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선수들도 (훈련 프로그램을) 잘 따라주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박 감독은 상당히 성공적인 이력을 써내려온 축구인이다. 2005년 포항 스틸러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을 보좌해 한국축구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일조했고, 2012시즌에는 FC서울 수석코치로 K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반면 뚜렷한 감독 이력은 없었다. 서울을 떠난 뒤 허정무·히딩크 축구교실에서 유소년들을 지도했지만, 성인 프로팀을 맡은 것은 옌볜이 처음이다.
물론 망설임은 있었다. 프로 사령탑 첫 도전을 낯선 해외에서 시작한다는 데 전혀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선임됐을 때만 해도 2014시즌 갑리그 꼴찌를 기록했던 옌볜은 2015시즌을 을(乙·3부)리그에서 맞을 예정이었다. 이 때 반전이 일어났다. 갑리그 14위 팀이 해체됐고, 15위팀이 선수단 급여 미지급 사태로 자동 강등됐다. 결국 옌벤이 운 좋게 갑리그에 잔류하게 됐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박 감독은 희망도 함께 봤다. 뜨거운 축구 열기와 관심이었다. 중국 지린성 조선족 자치주가 지원하는 금액에 지역 스폰서, 관중수익 등을 모두 합치면 어림잡아 연간 120억∼130억원 가량을 쓴다. 최근에는 전용훈련장이 딸린 클럽하우스도 건립돼 입주를 앞두고 있다. 특히 홈경기는 전부 자치주 지역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어지간한 국내 K리그 도시민구단들보다 형편이 낫다.
선수 28명 규모의 옌볜은 최근 수원삼성에서 임대로 하태균을 영입한 것을 포함해 외국인선수 3명을 수급했다. 정규리그에 할당된 홈·원정 30경기를 소화하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목표 삼은 10위권 진입까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박 감독은 “주어진 형편, 환경 속에 납득할 만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 구단은 10위권 진입을 바라본다.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막연한 희망 사항만은 아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상대팀경기 영상들을 다수 확보했고, 그간 볼 수 없었던 영상 담당자까지 고용했다. 시즌 준비와 인프라 정비를 동시에, 그리고 철저히 꾀하고 있다. 박 감독은 “훗날 내가 떠났을 때 ‘정말 팀을 잘 만들었다’, ‘합리적인 준비와 결실을 모두 일군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