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혼다타일랜드’ 역전우승 한국인-한국계 개막 4승 싹쓸이
양, 2008년 데뷔 2013년에야 첫승… 2014년 또 부진에 한때 포기 생각도
“고생한 부모님께 미안함 덜게됐어요”
양희영(26)은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호주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마음이 정말…. 정말 너무 아프네요. 더 철저히 준비하지 못했던 거겠지요. 오늘의 아픔을 잊지 말고 더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주저앉지 않을 거예요. 이제 시작이니까!!!!!’
글 마지막에 느낌표를 5개나 찍을 만큼 격한 감정을 드러냈던 양희영이 1주일 만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정상에 섰다. 1일 태국 촌부리 시암골프장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에 들어간 양희영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이미림(25·NH투자증권), 쩡야니(대만)를 2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승리를 확정지은 뒤 이미림, 김효주(20·롯데), 박인비(27·KB금융그룹) 등 동료 선후배들의 시원한 축하 물세례를 받은 양희영은 “꿈만 같다. 믿어지지 않는다. 후반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가 쏟아져 이건 연습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세계 랭킹 16위 양희영은 이로써 시즌 첫 승이자 2013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 이후 17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를 받으며 시즌 상금 41만2358달러를 기록해 이번 대회에 불참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31만5897달러)를 제치고 상금 선두에 나섰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는 4개 대회에서 3승을 합작하는 초강세를 유지했다.
이번 대회에 양희영이 쓰고 나온 모자 정면에는 어떤 기업의 로고도 없었다. 2013년 KB금융그룹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한 끝에 정상에 올라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카누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양준모 씨(51)와 창던지기 국가대표로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동메달리스트인 어머니 장선희 씨(51) 사이에서 태어난 양희영은 수영 선수를 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2004년 골프 유학을 떠나 17세 때 아마추어 신분으로 ANZ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당시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뛰어난 실력과 체형까지 비슷해 ‘남반구의 박세리’로 주목받은 양희영은 2008년 주위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6시즌 118개 대회에서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우승 갈증에 허덕였다. 첫 승 이후 지난해 다시 무관에 그쳤던 양희영은 지난 시즌 막판 3개 대회에 연이어 불참했다. “어떤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다. 굳이 대회에 나가면 뭐 하나 싶었다. 골프를 관두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까지 고려했던 그는 “쉬면서 오히려 골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 대비해 두 달 동안 매일 오전 6시부터 한국계 골퍼인 비키 허스트와 18홀 연습 라운드를 돌며 10달러 내기도 해가면서 어느 때보다 훈련에 매달렸다. 양희영은 “고생하신 부모님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게 됐다. 앞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LPGA투어 데뷔전에 나섰던 김효주(20·롯데)는 이날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23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는 “성적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하루도 오버파를 치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열심히 친 것 같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비거리가 늘어나고 있고 시력 교정 수술 결과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5시간 가까운 라운드를 마친 김효주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다시 퍼터를 들고 연습하기 위해 그린으로 갔다. 세계 랭킹 2위 박인비는 공동 7위(11언더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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