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번타자 최형우(32·사진)는 요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성적이 너무 좋아서다. 연습경기는 말 그대로 실전 감각을 점검하기 위한 ‘연습’일 뿐. 유망주나 신인들에게는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지만, 최형우 급의 선수에게는 그저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래도 최형우는 “이상하다”고 했다. “몸은 괜찮지만 내 감이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기록이 너무 좋다. 내가 봐도 웃길 정도”라며 쑥스러워 했다.
실제로 최형우는 오키나와에서 실전 위주의 훈련을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대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첫 자체 평가전을 시작으로 소프트뱅크전과 요미우리전, LG전에서 모두 홈런을 쳤다. 게다가 지난달 27일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친 홈런은 구장 리모델링 이후 처음으로 그려진 아치라 일본 언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그는 “일본 선수도 아니고 다른 나라 선수인데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페이스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불안하다”고 했다. 연습경기 때 잘 치다가 오히려 개막 이후 타격감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는 의미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라 더 그렇다. 그는 지난해 타율 0.356, 31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면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탔다. 팀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도 앞장서 이끌었다. 그는 “정리하자면 완벽한 시즌이었는데, 잠시 아팠던 것 때문에 1% 모자랐던 같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무엇이든 흘러가는 대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는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모든 면에서 생각을 쉽게 하게 되는 것 같다”며 “페이스는 시범경기에서 가서 조절해서 시즌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고 거듭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