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잊지 못할 메이저리그 첫 시범경기를 치렀다. 경기 장소였던 미국 플로리다 주 더데딘 구장과 상대팀 토론토는 내게도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1990년 미국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 토론토 산하의 마이너리그 코치를 할 때 정들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본격적으로 선진 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마운드를 내려온 선발 투수의 아이싱 모습이나 프로구단의 인프라 등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런 사연이 있었기에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당당히 서 있는 강정호를 보니 더욱 흐뭇하고 남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첫 경기는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강정호는 결론부터 말하면 연착륙에 성공했다. 현지에서 만난 야구 관계자와 취재진은 강정호의 레그킥(타격할 때 왼발을 크게 들었다 내리는 동작)이 강속구 투수를 상대로도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3일 청백전에 이어 4일 시범경기를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밀어 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길 정도로 타이밍을 조절해 잘 대응했다.
강정호가 홈런을 친 뒤 세 번째 타석에서 상대 포수 러셀 마틴이 몸쪽 공으로 유도했지만 신중하게 볼넷을 골라내 출루한 대목도 돋보였다. 뛰어난 선구 능력으로 허점을 보여주지 않은 점도 큰 소득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강정호의 장타력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면모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초반에 실책이 나왔으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깔끔한 수비로 자신감을 가질 것 같다. 수비 시프트 사인이 벤치에서 나온 뒤 병살타를 유도해 우려했던 2루수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매끄러웠다.
강정호가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에게 강한 도전장을 던진 셈이 됐다. 앞으로 과제는 장거리 이동과 시차 등에 따른 체력 저하, 한국과는 다른 야구 관습과 관행, 상대의 집중 견제 등에 대한 극복이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