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개막전은 우리 놀이터” vs 최강희 “도발 말고 머리나 심으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3월 6일 06시 40분


유쾌한 ‘썰전’이었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오른쪽)과 성남FC 김학범 감독(왼쪽), K리그 클래식의 두 베테랑 감독이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날선(?)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비록 뼈 있는 코멘트가 오갔지만, 두 감독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유쾌한 ‘썰전’이었다.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오른쪽)과 성남FC 김학범 감독(왼쪽), K리그 클래식의 두 베테랑 감독이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날선(?) 농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비록 뼈 있는 코멘트가 오갔지만, 두 감독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이…사령탑들 유쾌한 ‘썰전’

최용수 “파란색 징크스 없다” 울산 겨냥
윤정환 “울산 철퇴축구, 2막 열다” 응수
조성환 감독 “하위스플릿, 친구가 가라”
동갑내기 노상래 감독 겨냥 이색 코멘트

“곁에 앉은 저 아저씨가 계속 신경 쓰였는데…. 아, 머리나 심고 오세요.”(최강희 감독)

새 시즌을 앞둔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유독 많은 40대 젊은 사령탑들의 경연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 감독들이 있다. 전북현대 최강희(56) 감독과 성남FC 김학범(55) 감독이다.

관록의 힘은 대단했다. 두 감독은 지난해 K리그 클럽에 허용된 타이틀을 양분했다. 전북은 클래식 정규리그를 평정했고, 성남은 프로와 아마추어 최강자를 가리는 FA컵을 석권했다. 두 팀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정규리그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 감독과 김 감독의 유쾌한 ‘썰전’이었다. 전북은 지난해 10월 22일 안방에서 당한 충격적 패배를 잊을 수 없다. FA컵 준결승에서 120분 무득점 공방 끝에 승부차기로 성남에 무릎을 꿇었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명명된 전북의 막강 화력도 성남의 단단한 자물쇠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최근 한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이 이를 상기시켰다. 개막전 상대로 마주칠 전북을 향해 김 감독은 “준비 단단히 하라. 안 그러면 또 한 번 꼬인다”는 영상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가만히 당하고 있을 최 감독이 아니다. 상대의 도발을 배로 갚아줬다. 김 감독의 매끈한(?) 머리를 빗대 “머리털이나 더 심으시고 전주로 내려오시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미디어데이에서도 두 감독은 또 한 번 제대로 충돌했다. ‘개막전 키워드를 10자 헤드라인으로 정리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 직후였다. 김 감독이 먼저 말했다. “개막전은 우리의 놀이터!” 뒤이은 최 감독의 대답이 좌중을 웃겼다. “도발하지 말고, 머리나 심으라!” 이에 김 감독이 10자가 넘는다며 사회자에게 항의하자, 최 감독이 답을 다시 바꿨다. “도발 노(No), 모발 이식!” 앞서 김 감독이 “(모두 우리의 개막전 패배를 예상하는데) 패는 열어봐야 한다”며 필승의지를 드러냈을 때도 최 감독은 “패를 까면 성남이 패한다”고 응수했다.

물론 최 감독과 김 감독의 설전만 흥미로왔던 것은 아니다. FC서울 최용수(42) 감독이 “파란색 징크스는 없다”며 파란 유니폼이 상징인 울산현대를 겨냥하자, 울산 윤정환(42) 감독은 “울산 철퇴축구, 2막 열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광양 원정을 앞둔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45) 감독도 걸작을 내놓았다. “하위스플릿, 친구가 가라”며 동갑내기인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 감독에게 칼을 겨눴다.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승격팀 광주FC를 만날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45) 감독도 이색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늑대축구 무등산 등정.” 그러자 광주 남기일(41) 감독은 창단 이후 시즌 개막전에서 안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던 과거를 상기하며 “개막전 무패행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스승보다 입심이 좋은 제자는 없었다. 행사에 참석한 선수들의 대답은 대체적으로 평이했다. 내년에는 선수들의 재기 넘치는 입담도 기대해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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