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생활속 마라톤은 나만의 시간 선물…건강은 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15시 52분


지난해 3월 16일 김나현 씨(36)는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 나섰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국제마라톤의 출발 총성이 울리는 순간까지 그는 완주를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첫 발을 뗀 그는 32㎞ 지점에 이르렀을 때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절대 걷지만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느린 속도지만 끝까지 달린 김 씨는 4시간 30분 19초 만에 결승점을 밟았다.

김 씨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건 2013년 여름이었다.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마음뿐이었다. 그 때 그의 눈에 사내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 들어왔다. 생애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넥슨 러너즈’ 1기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게임회사 넥슨은 사원들에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넥슨 러너즈’도 그 중 하나다. 호기심 반 도전정신 반으로 시작한 마라톤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매주 2차례 전문 코치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 기초훈련을 한 그는 마라톤에 필요한 근력을 만든 뒤 그해 가을부터 10㎞ 달리기에 나섰다. 점차 거리를 늘려가며 지난해 2월 32.195㎞를 완주했고,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뒤에는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 이후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9월 미국 괌에서 열린 ‘제1회 레오팔레스컵’ 국제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2015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6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리는 15일, 김 씨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3시간 40분대 기록을 세워 보스턴 마라톤 참가자격을 따내는 것이다. 보스턴 마라톤은 연령별로 일정 기록을 보유해야 참가할 수 있다. 넥슨은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보스턴 마라톤 참가 자격을 얻은 사원들 중 일부를 선발해 보스턴 마라톤 참가 경비를 지원해 줄 예정이다.

김 씨는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직장인들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다. 마라톤은 정신없는 하루 중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선물한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라톤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건 보너스”라며 웃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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