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두근거리게 한 축제였다. 15일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한 선수 및 일반인 2만4000여 명을 비롯해 구경하던 시민, 자원봉사자 모두 건강한 봄기운을 나눠 가졌다.
42.195km 풀코스 출발선인 광화문광장에 모여든 일반인 참가자들은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사진을 찍으며 “완주합시다” “파이팅”을 외쳤다. 오전 8시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한 뒤 시민들은 광복 70년을 기념하기 위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86번째를 맞는 동아마라톤은 독립운동의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인 만큼 (숭고한) 마음을 안고 뛰시길 바랍니다”라고 축사를 한 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환호와 함께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풀코스에는 약 1만8500명,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서 출발한 10km 코스에는 약 5500명이 참가했다.
축제의 장에 걸맞게 곳곳에서 독특한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슈퍼맨 복장에 망토까지 걸친 중국인 참가자 차이진핑 씨(23)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해외 마라톤대회에서 슈퍼맨처럼 초인적인 힘이 나왔으면 해서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람쥐 복장을 하고 완주한 맹철민 씨(37·회사원)는 “올해로 4년째 이 복장으로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했다. 가족뿐 아니라 구경하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 선택한 옷”이라며 웃었다. 이날 대회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정한 국내 유일의 골드라벨 대회라는 국제적인 명성에 걸맞게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대회 마스터스 코스에 참가한 외국인은 역대 최다 규모인 총 1695명. 2014년 대회(1363명 참가)에 비해 300여 명이 증가했다. 특히 중국인 참가자가 가장 높은 비율(489명)을 차지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2009년부터 대회에 참가한 쑤친성 씨(61)는 “동료 48명을 설득해 함께 바다를 건너왔다”며 “세계 여러 마라톤대회에 참여해 봤지만 동아마라톤대회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달렸다는 사실에 의의를 둔 참가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출발 2시간 만에 10km 지점에 도착한 뒤 달리기를 멈춘 최규한 씨(84·여)는 “풀코스를 달릴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자식들이 출전을 말려도 소용없었다”며 미소지었다.
5시간 45분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한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원춘일 씨(87)는 “완주가 목표였는데 실제로 이뤄서 기쁘다. 내 나이에 완주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6시간 34분을 기록해 이번 대회 공식 꼴찌가 된 프랑스인 노르망 마르하방 씨는 “꼴찌를 했다니 오히려 영광이다”며 “두 번째 참가한 대회인데 즐겁게 달렸다”며 곧장 출국을 위해 떠났다.
이른 아침부터 거리를 찾은 시민들은 “파이팅” “힘내세요”를 외치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아국제마라톤 열리고 있어요, 모두 파이팅입니다”는 글을 올린 전경선 씨(48·여)는 “매년 열리는 큰 행사인데 안전하게 치러주고, 동네 주민들도 큰 축제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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