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도로공사의 서남원 감독(48·사진)은 강단 있는 지도자다. 남자부 대한항공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2013년 초 구단은 신영철 감독(현 한국전력)을 경질하고 그에게 감독대행을 맡기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단의 제안을 고사했다. 운명처럼 3개월 후 그는 도로공사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시즌이 개막하기 전 그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면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성격을 감안할 때 빈말이 아니었다. 정규시즌이 마무리된 16일 현재 최소한 그가 스스로 물러날 일은 없어졌다. 팀이 20승 10패(승점 59점)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우리 팀엔 김해란이란 뛰어난 리베로가 있었고, 한국 최고의 세터인 이효희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데려왔다. 또 다른 FA인 센터 정대영도 든든히 뒤를 받쳐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효희의 합류로 팀이 전체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이효희의 안정적인 토스를 받은 외국인 선수 니콜의 공격성공률은 예년보다 훨씬 좋아졌다. 신예 문정원과 황민경이 서브와 공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 것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올스타전에서 김해란이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오지영이 그 빈자리를 말끔히 메웠다.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건 서 감독이었다. 이효희(35)와 정대영(34)은 30대 중반의 베테랑이다. 센터 장소연(40)은 전체 여자 선수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다. 삼성화재 코치로 10년간 신치용 감독을 보좌했던 서 감독은 이들의 이름 앞에서 나이를 지웠다. 그는 “삼성화재의 힘은 기본기이고, 기본기는 체력에서 나온다. 선수들에게도 나이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은 절대 보이지 말라고 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내 말을 잘 따라줬고, 젊은 선수들은 언니들의 장점을 흡수했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20일부터 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기업은행-현대건설 승자와 챔피언결정전을 벌인다. 도로공사로서는 첫 우승 도전이다. 서 감독은 “구단과 팬들이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단은 과감한 투자를 해 줬다. 내년은 없다는 각오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는 1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한국전력에 3-2(18-25, 25-23, 22-25, 25-16, 15-7)로 승리하며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현대건설은 인삼공사를 3-1(25-15, 23-25, 25-16, 25-19)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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