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지키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한 팀에서 이렇게 오래할 수 있으니 난 행운아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은 전력이 좋지 않다. 욕심을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대인 LG가 최종 5차전까지 간 게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 유재학 감독(52)이 2020년까지 모비스를 지휘한다. 모비스 구단은 17일 “올 시즌을 끝으로 5년 계약이 만료되는 유재학 감독과 계약을 5년 연장했다”고 밝혔다. 연봉은 합의에 따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10개 구단 감독 중 최고인 4억 5000만 원(kt 전창진 감독)을 넘어 6억 원대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로써 유 감독은 2004~2005시즌부터 16시즌 동안 모비스를 맡게 됐다. 프로농구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다른 종목을 통틀어도 유 감독보다 오랫동안 한 팀에 몸담은 지도자는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60·1995년~현재)과 은퇴한 프로야구 김응용 감독(1983~2000년·해태) 뿐이다. 유 감독은 1998년 35세에 대우(현 전자랜드)에서 최연소 사령탑으로 프로농구 감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한 시즌도 쉬지 않고 지휘봉을 잡았다. 유 감독은 “종목이 다른 데다 신치용 감독님이 워낙 잘 하고 계셔서 프로종목 단일 팀 최장수 감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체력과 능력이 허락돼 모비스에서 20년을 채운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약 지원까지 등에 업은 유 감독은 프로농구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3연패에 도전한다. 2년 연속 챔피언은 1997~1998시즌 현대(현 KCC)가 유일하다. 모비스(전신 KIA의 1997시즌 우승 포함)가 우승하면 KCC(5회)를 제치고 통산 최다 우승팀(6회)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18일부터 시작되는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부터 넘어야 한다.
두 팀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는데 정규리그 2위 모비스가 1위 LG를 눌렀다. LG는 오리온스와의 6강 PO에서 혈투를 벌이느라 하루 밖에 쉬지 못했지만 ‘리벤지(복수) 시리즈’에서 선수들의 정신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는 모비스 문태영과 LG 문태종의 3년 연속 ‘PO 형제 대결’도 관심을 끈다. 문태종이 전자랜드에 있던 2012~2013 시즌을 포함해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서는 모두 동생 문태영이 이겼다.
4강 PO의 다른 한 축인 동부와 전자랜드의 대결도 쉽게 승부를 점치기 어렵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정규리그에서 4승 2패를 기록한 동부가 앞선다. 하지만 3위 SK를 맞아 6위 팀 최초로 6강 PO를 3연승으로 통과하는 기적을 보여준 전자랜드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전자랜드는 5일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한데다 실전 감각은 동부보다 나을 수 있다는 평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동부는 높이가 강점인데 SK 역시 높이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6강 PO 때처럼 한다면 팀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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