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4월 26일 결혼해요. 연애 사실을 (스포츠동아에)맨 먼저 털어놓았던 만큼 결혼 소식도 스포츠동아에 맨 먼저 알려야죠. 곧 신부가 되지만 경주에서 몸을 사릴 상황은 아니에요. 다른 선수들보다 시즌 시작이 한 달이나 늦어져 여유가 없어요. 보트에 오르면 머릿속에 결혼은 지울 생각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경정퀸’ 손지영(30·6기)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4월의 신부’가 된다. 동료 선수 지용민(29·11기)과 교제 1년 만에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 하지만 손지영은 세상의 여느 예비신부들처럼 들떠있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경주 중 ‘안전 레이스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당한 출장정지가 이번 주에 끝나 이르면 25일 미사리 경정장에 복귀하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 보다 한 달 늦게 홀로 치르는 지각 시즌 개막전이다.
손지영은 지난 시즌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남녀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경정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30승 고지를 밟으며 다승 3위에 올랐고, 상금도 1억2500만원을 벌어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여성 선수만 출전하는 ‘여왕전’을 제패했고, 시즌 최고 대회인 그랑프리에서도 2위를 했다.
손지영은 출장정지로 그동안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었지만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최근까지 1주일에 3일 이상 인천 영종도 경정 훈련장을 찾아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를 몰았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피부미용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훈련을 쉬는 날엔 혼수와 신혼집 등 결혼 준비를 해야 했다.
손지영이 출장정지 기간에도 맘 편히 쉴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라이벌 여성 선수들의 맹활약이 그녀를 자극했다. 개막 한달을 맞은 2015시즌, 박정아(36·3기)와 이주영(33·3기) 등이 경정장에 여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손지영의 그늘에 가려 2인자 대접을 받던 박정아는 2월 25일 개막전 첫 경주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2승을 추가해 17일 현재 3승(다승 공동6위), 승률 50%로 순항하고 있다. 여자선수 최초의 대상경정 챔피언인 이주영도 지난주 세 경주에 출전해 1승을 포함해 100% 입상에 성공했다. 사이클 선수 출신으로 지난해 8월 데뷔한 신인 김보혜(25·13기)도 개막전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리며 쌍승 66배의 고배당을 터뜨렸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 관계자는 “시즌 초반 여성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동기인 박정아와 이주영이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고, 신예 김보혜도 급성장했다. 경정퀸 손지영이 가세하면 여전사들의 라이벌전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