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인 서희경(29·하이트진로)은 2013년 11월 결혼한 후 지난해 8월 아들을 낳았다. 한때 한국 여자 골프를 평정했던 서희경이 ‘엄마 골퍼’로 필드에 돌아온다. 1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개막하는 LPGA투어 파운더스컵이 복귀 무대다.
서희경의 대회 출전은 지난해 4월 출산 휴가를 낸 뒤 11개월 만이다. 지난주 출국한 서희경은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투어 생활을 즐기고 싶다. 숨 막히는 투어를 떠나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충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5개 대회를 연속해 나갈 계획이다. 7개월 된 아들은 남편과 보모, 시어머니가 번갈아 돌보기로 했다.
‘복직’에 앞서 서희경은 출산 과정에서 늘어난 체중을 줄이려고 강한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16kg을 감량했다. 그는 “엄마가 되니 정신력이 강해진 것 같다. 유연성과 근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웃었다
서희경을 결혼 전부터 지도하고 있는 고덕호 프로는 “희경이가 원래 아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출산 후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초 베트남으로 함께 훈련을 가려고 했는데 희경이가 아기와 못 떨어지겠다고 해 취소했다. 육아와 운동의 병행이 쉽지는 않을 텐데 후배들에게 새로운 롤 모델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LPGA투어에 따르면 2013년 엄마 선수는 25명이었으며 그들의 자녀는 36명에 이르렀다. 그중 13명이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 그동안 한국 엄마 선수는 김미현, 한희원, 장정 등이 있었으며 이들이 모두 은퇴해 올 시즌 한국 선수 중 골퍼 맘은 서희경이 유일하다. 출산 후 우승 경험이 있는 한국 선수는 한희원뿐이다. 한국 투어에서 뛰는 엄마 선수로는 안시현, 홍진주, 최혜정 등이 있다
LPGA투어에서 대표적인 엄마 골퍼는 서희경이 존경하는 선수로 꼽는 줄리 잉크스터(55)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서희경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3년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올해의 선수에 뽑혔던 잉크스터는 두 딸을 뒀는데 자신의 통산 메이저 7승 가운데 4승을 출산 후 거뒀다. 두 딸을 둔 카트리오나 매슈(46)는 2009년 출산 후 11주 만에 치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PGA투어는 1993년부터 대회 기간에 무료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결혼=은퇴’의 등식이 일반적이다. 2000년 이후 KLPGA투어에서 엄마 챔피언은 2003년 하이트컵 우승자인 김순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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