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팀에 감독이 끼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요? 좋은 감독 덕에 몇 승이나 더 올리고, 나쁜 감독 탓에 몇 승이나 까먹는 걸까요? 요즘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73·사진)이 ‘가을야구’ 티켓을 선물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한화라는 팀은 팬들의 생각 이상으로 김 감독이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 야구 감독 95%는 있으나 마나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중에 파이브서티에이트(www.fivethirtyeight.com)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관심사를 통계로 풀어내 소개합니다.
지난해 이맘때 이 사이트에 이 글의 맨 첫 줄에 나온 질문에 대한 해답이 실렸습니다. 112년간 메이저리그 감독 중 95%는 ―2승∼+2승 정도의 영향밖에 끼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최근 30년간 메이저리그 팀을 이끈 감독 172명 중에서는 6명(3.5%)만이 팀 성적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건 뭘까요? 만약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팀이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팀이 지는 것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2분의 1 확률). 올 시즌 프로야구는 144경기. 동전을 144번 던져 보면 이 팀은 절반인 72승을 평균적으로 기록할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동전을 던질 때마다 정확하게 72번은 앞면, 72번은 뒷면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통계학적으로는 144번 동전을 던질 때마다 평균 5.6번 정도 차이가 납니다. 다시 말해 프로야구에서 한 팀이 6승을 더 거두거나 덜 거두는 건 ‘우연한 결과’이지 감독 영향 때문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이상 차이를 내는 게 바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독 역량입니다. ○ 야신은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얼마만큼?
김 감독은 한화를 맡기 전까지 6개 팀을 새로 맡아 그 이전 해보다 평균 9.4승을 더 거두게 만들었습니다. (LG는 2000년 성적을 2001년 감독 대행 부임 이후 성적과 비교) 예전에는 한 시즌의 경기 수가 더 적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야신(野神)은 확실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낸 감독입니다. 그 덕에 2001년 LG를 제외하고 해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2001년 LG도 김 감독 체제에서는 승률 0.538(49승 7무 42패)로 당시 4위 팀 한화(0.473)보다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올 시즌 한화 팬들도 가을야구를 맛볼 수 있을까요? 한화는 지난해 77패를 기록하는 동안 49번밖에 이기지 못했습니다. 9승을 더해도 승률 0.460으로 4강 싸움은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한화(승률 0.389)는 김 감독이 맡았던 팀 중에서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팀입니다. 승률만 놓고 보면 1988년 태평양(0.319)이나 1995년 쌍방울(0.369)이 더 나쁩니다. 하지만 득·실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팀 전력을 알려주는 ‘피타고라스 승률’을 보면 지난해 한화(0.327)가 김 감독이 맡기 직전의 태평양(0.341), 쌍방울(0.359) 때보다 더 낮았습니다.
야구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실제 승률보다 피타고라스 승률이 앞으로의 팀 성적을 예측하는 데 더 정확도가 높습니다. 야신은 이번에도 이 고대 그리스 수학자(피타고라스)를 멋지게 물리치는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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