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재와 함께 고교무대 휩쓴 유망주 국대 탈락 아쉬움 봄철대회 우승으로 “목표는 태극마크 달고 올림픽 금메달”
2013년 7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용대(삼성전기)를 세계적 선수로 키워낸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당시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이용대 올림픽 제패 기념 전국학교대항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고부 단식 결승전은 고교 1학년 선수간의 대결이었다. 김 전무는 “신체적 성장기다. 1학년이 3학년을 이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용대가 1학년 때 곧잘 3학년을 이기곤 했지만,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1학년끼리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흥미로워했다. 코트 위의 주인공들은 매원고 1학년 이준수와 군산동고 1학년 서승재였다.
지난 2년간 이준수와 서승재는 고교무대를 휩쓸었다. 빠른 발과 강인한 체력, 침착함. 그리고 헤어핀 등 영리한 네트 플레이(이준수), 184cm의 장신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스매싱과 힘 있는 후위공격(서승재) 등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닌 대형 꿈나무들의 탄생에 한국배드민턴계는 흥분했다.
동갑내기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교 셔틀콕을 지배했던 이준수와 서승재.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 이준수는 처음으로 커다란 쓰라림을 맛봤다. 서승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반면 이준수는 뽑히지 못했다.
22일 2015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 초중고대회가 시작된 전북 고창군립체육관에서 이준수를 만났다. 2년 만에 목소리와 외모 모두 건장해진 그에게서 다행히 실망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오랜 꿈이다. 아직 그 목표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동료들과 꼭 (단체전) 우승을 하고 고교 3학년을 후회 없이 보내겠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서승재는 단식으로 선발전을 치러 국가대표가 됐다. 복식에 출전한 이준수는 두꺼운 선수층을 넘지 못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에 맞서고 있는 한국배드민턴에는 2가지 숙제가 있다. 복식의 수성과 단식의 도전이다. 복식에선 세계 최정상이지만, 단식에선 도전자의 입장이다.
이준수는 “(서)승재와는 주니어대표팀에서 한 방을 쓸 정도로 친하다. 지난해 주니어 코리아오픈에서 함께 복식으로 출전해 준우승을 했다”며 웃었다. 이어 “아직 복식과 단식 중 주 종목을 정하지 못했다. 모두 큰 매력이 있다. 어떤 종목을 맡게 되든지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2년 전 기자가 직접 관람한 고교 1학년끼리의 전국대회 결승 맞대결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는 이준수가 이겼다. 오늘 만나면 어떨까?’ 줄곧 나이에 걸맞은 해맑은 표정을 짓던 이준수가 “최근에는 승재가 더 자주 이기는 것 같다”고 답하는 순간, 눈빛에서 강한 승부욕이 느껴졌다. 대형 유망주들의 뜨거운 라이벌 의식, 한국 셔틀콕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