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역 프로선수를 상대로 하지도 않은 불법스포츠도박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한 전직 프로선수가 경찰에 구속됐다. 일각에선 한동안 국내 프로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승부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시선은 국내 불법(스포츠)도박 규모가 워낙 크고, 방대하게 퍼져있는 데 기인한다. 스포츠동아는 이에 상·하로 나눠 불법도박의 실상을 짚어보고,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고 오히려 불법도박을 부추길 수 있는 ‘전자카드제’에 대해 논의해본다. <편집자 주>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만 3000개 추정 2012년 기준 4년 새 22조원이나 늘어 외환관리 위반·세금탈루 등 위법 빈번 전자카드제 도입으로 불법 부채질 우려
경마·경륜·경정·카지노·스포츠토토 등 국내에는 엄연히 합법적 사행산업이 존재한다. 개인의 합리적 이성과 자제력에 따라 얼마든지 소액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고위험을 통해 고수익을 노리겠다는 어긋난 심리를 가진 이도 적지 않다. 이를 악용해 불법도박의 판을 벌이는 제공자가 있고, 결국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걸쳐 방대하게 존재하는 불법도박 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속히 커지고 있다.
● 나날이 커지는 불법도박 규모
2008년 53조원이었던 불법도박의 규모는 매출총량제와 영업장 수 제한, 구매상한액 조정, 온라인판매 금지 등 합법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2012년 75조원으로 급증했다. 무려 41.5%가 늘었다.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도박사이트의 경우, 운영자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이용해 단골 고객에게만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잠깐 동안 영업한 뒤 사이트를 폐쇄하고 자취를 감추는 등 점점 지능화하고 있다. 처벌은 물론 단속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로만 한정했을 때, 약 3000개(추정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돈이 오간다. 불법스포츠도박사이트는 불법성과 익명성의 특징을 지녀 발행부터 환급까지 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불법이 자행된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이 활용된다. 외환관리 위반과 미성년자 거래, 세금탈루, 베팅 금액 먹튀 등의 위법행위도 빈번히 일어난다.
● ‘불법도박’ 잡아야 나라가 산다!
국내의 스포츠베팅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2001년부터 시행된 스포츠토토만이 유일한 합법이다. 이를 모방한 유사게임은 모두 불법이다. 스포츠토토 등 합법적 사행산업은 국가적으로 볼 때 유용한 세수입의 원천이기도 하다.
승부조작 등 불법스포츠도박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과 달리 건전한 스포츠토토 등은 오히려 국가체육재정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토토 1000원 어치를 구입하면 310원(2014년 기준)이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귀속된다. 정부 전체 예산 대비 체육예산의 비중은 고작 0.28%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체육예산의 86%를 부담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그로 인한 불법도박의 급속한 규모 확대 속에, 합법적 사행사업 이용자들을 불법도박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전자카드제 도입은 여러 측면에서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