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기록지 못 보게 하다니… 만우절 거짓말이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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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만우절입니다. 그런데 열혈 야구 팬 중에도 만우절이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됐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1871년 4월 1일 미국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에서 사상 첫 번째 메이저리그 게임이 열렸습니다. 방문 팀은 클리블랜드. 첫 타자 화이트 풀이 2루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그때 포트웨인의 유격수 프레드 골드스미스가 속임수를 썼습니다. 투수에게서 받은 견제구를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글러브에 넣고 있었던 것. 이 사실을 모른 채 리드 폭을 넓히던 풀은 태그아웃 됐습니다.

풀은 “이건 명백히 반칙”이라며 항의했지만 심판의 설명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자네는 지금 야구 역사에 첫 번째 아웃을 당한 선수로 기록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네.” 미국에서 만우절을 ‘4월 풀의 날(April Fool‘s day)’이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입니다. 풀이 속임수에 당했기 때문에 가벼운 거짓말은 용서하는 전통도 만들어졌습니다. 풀 혼자만 속임수에 당하는 건 아니라고 위로하려는 목적입니다.

눈치가 빠른 독자는 이미 아셨겠지만 이건 만우절을 맞아 만들어 낸 거짓말입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첫 경기가 열린 건 1871년 5월 4일이고, 첫 타자는 디콘 화이트였습니다. 그가 2루타를 친 것도 맞고 2루에서 아웃 당한 것도 맞는데 그건 다음 타자 진 킴벌이 직선타를 때린 사이 미처 2루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루수 톰 캐리가 직접 타구를 잡고 2루 베이스도 밟았습니다. 결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번째로 아웃을 당한 선수는 진 킴벌입니다.

이 경기는 포트웨인의 2-0 승리로 끝났습니다. 결승점이 난 건 2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5번 타자 빌 레넌이 2루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다음 두 타자는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8번 타자 조 맥더모트가 적시타로 레넌을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포트웨인은 5회말 한 점을 보탰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한번 본 적도 없는 경기를 이렇게 되살릴 수 있는 건 기록지가 남아 있는 덕입니다. 어떤 야구 경기든 기록지 한 장만 있으면 이렇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각종 통계 처리도 할 수 있습니다. ‘야구의 숨은 게임(The Hidden Game of Baseball)’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기록은 어제 혹은 100년 전 치러진 야구 경기에 대한 유일하고도 영구불변한 발자취”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해마다 기록 강습회를 열어 일반 팬들도 정확하게 경기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KBO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기록지를 제공하던 페이지를 없앴습니다. KBO 관계자는 “임의로 기록을 재가공하는 일이 있어 이를 금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은 해명입니다. 원래 통계 처리를 하라고 있는 기록지를 재가공하는 게 문제라니요.

위의 책에 나온 한 문장을 더 보겠습니다. “기록이 필드에서의 플레이를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면 야구는 더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며, 야구라는 위대한 게임은 더 깊은 사랑으로 감상될 수 있을 것이다.” 야구 기록은 원래부터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믿습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만우절#메이저리그#클리블랜드#야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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