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꼭 껴안고 뜨거운 눈물을 쏟는 아들의 모습이 짠했다. 오른손엔 아버지가 건넨 꽃다발을 든 채 왼손으로 아버지를 감싸고 하염없이 울먹였다. 평생 그를 따라다닌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축구 선수로서 꼭 넘고 싶었지만 끝내 넘지 못한 벽 같은 아버지를 국가대표에서 물러나며 포옹하는 차두리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런 아들의 등을 토닥이는 아버지는 또 어땠을까. 그제 축구 국가대표팀과 뉴질랜드의 평가전 하프타임 때 있었던 차두리 은퇴식을 지켜보며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들을 생각했다.
▷“차두리는 우리 가족 모두의 적이다.” 차범근은 아들이 양쪽 팔뚝에 문신을 한 것을 알게 된 뒤 집안이 난리가 났다고 2013년 10월 한 글에서 밝혔다. “그날 이후 차두리는 한 달 동안 자기 방이 있는 위층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명령했다. 엄마한테 밥도 못 얻어먹었다.” 하지만 평소 가정교육을 엄격히 했던 아버지는 아들을 살짝 감싸고 나섰다. “베컴이 문제다. 베컴이.” 영국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문신을 따라한 것 같다는 얘기다. 아들을 이해하려는 아비의 마음이 따스하다.
▷부자지간은 엄마와 딸처럼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보다 낫기를 바라며 강하게 키우려 하지만 아들에겐 그런 아버지가 불편하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동서고금을 통해 그런 부자 관계가 많고 그에 관한 심리학 분석도 다수 나와 있다. 차두리도 “너무 축구를 잘하는 아버지를 둬 좀 밉기도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못 가 속상함도 있었다”며 묻어두었던 속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롤 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아버지”라고 했다.
▷팬들이 차두리에게 환호하는 것은 그가 기량이 탁월한 선수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실력이 약간 달리는 듯해도 그걸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며 활짝 웃는 긍정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요즘 부쩍 차두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차범근이 ‘차두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