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FA(프리에이전트) 먹튀’라는 말이 유행했다. 거액의 몸값을 받은 FA들이 부진에 빠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투수들이 ‘FA 먹튀’가 되는 일이 잦았다. FA 직전에 무리하게 던지거나 아픈 몸을 숨기고 던지면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계약 후에는 그 후유증이 나타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런데 올 시즌, 비록 초반이기는 하지만 역대급 FA 계약을 한 투수들이 ‘모범적 출발’을 하고 있다. 첫 경기일 뿐이지만 단추를 잘 꿰고 있다.
우선 ‘4년간 84억원’이라는 역대 FA 투수 최고액의 조건에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30)을 꼽을 수 있다. 장원준은 지난달 29일 잠실 NC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고 첫 승을 올렸다. 부담감 때문인지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탈삼진이 1개밖에 없었다. 그러나 9안타를 맞으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투구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책임감을 보였다.
이어 FA 역사상 2번째 고액인 4년간 80억원에 삼성 잔류를 택한 윤성환도 첫 등판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피칭을 했다. 1일 수원 kt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6안타 1볼넷만 허용한 채 무실점의 역투로 팀의 5-1 승리에 앞장섰다. 최고 구속이 평소보다 빠른 시속 146㎞를 찍을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 압도적 피칭보다는 절묘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두뇌피칭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그는 지난해 두 자릿수 탈삼진이 한 번도 없었지만, 이날 kt를 상대로는 탈삼진도 10개나 기록했다. 물론 신생팀 타자를 상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올 시즌 첫 등판은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예술적이었다.
KIA 윤석민도 시즌 초반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윤석민의 신분은 정확히 말하면 FA는 아니지만, 사실상 FA나 다름없는 계약을 한 투수다. 2013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뒤 미국에 진출한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아와 FA와 같은 4년간 9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했다.
윤석민은 지난달 28일 시즌 개막전인 광주 LG전에서 팀의 3-1 승리를 마무리하더니 1일 문학 SK전에서도 팀의 3-0 승리를 매조지했다. 그가 뒷문을 책임지면서 KIA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불펜이 안정되고, 팀 전력 전체에 중심이 잡히고 있다.
이들의 활약 속에 소속팀들도 시즌 초반 좋은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아직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선수도, 팀도, 팬들도 기분 좋은 출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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