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지난해 총 관중은 675만4619명(정규시즌 및 포스트시즌 포함)이었다. 그런데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은 3314만3528명이나 된다.
야구가 관전 위주의 스포츠라면 골프는 직접 하는 스포츠다. 이 때문에 다른 종목에 비해 산업으로서의 파급 효과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골프산업 규모는 2012년 기준으로 15조4250억 원(골프장, 관련 시설, 용품 등 제조업, 서비스업 포함)에 이른다.
하지만 요즘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위기’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반면에 소비자인 골퍼들은 여전히 골프장의 문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양쪽의 불만을 해결하는 답은 ‘골프의 대중화’다. 정부 역시 골프의 대중화를 통해 골프산업을 육성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 대중제가 살길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의 골프장은 174개(군 골프장 포함)에 불과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 보니 골프장 사업은 인허가만 따내면 대박이 났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골프장은 505개로 급증했다. 몇몇 회원제 골프장의 위기는 이 같은 공급 과잉에서 비롯됐다. 특히 회원권을 판 자금으로 골프장을 지은 몇몇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문제로 줄줄이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4월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골프장은 모두 19곳에 이른다. 이 밖에도 자본잠식 상태의 회원제 골프장은 수십 곳이나 된다.
이에 비해 대중제 골프장들은 이익을 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일반 세율을 적용받는 데다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1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회원제 골프장은 143개로 대중제 골프장(77개)보다 2배가량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점점 대중제 골프장이 늘어나 지난해에는 대중제 골프장이 243개로 회원제 골프장(229개)을 앞질렀다.
정부는 도산한 회원제 골프장들의 대중제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중제로 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 캐디·카트 선택제 실시 장려
한국 골프장의 위기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보다 앞서 골프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이웃 나라 일본의 2013년 1인당 평균 그린피 및 카트비는 5720엔(약 5만2000원)이었다. 많은 일본 골프장에서는 캐디를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 카트도 마찬가지다. 카트를 이용할 때도 스스로 운전을 하면 된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 골프장은 캐디와 카트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팀당 캐디 비용은 대개 10만∼12만 원, 카트 이용료는 8만 원 내외다. 만약 캐디·카트 선택제가 도입돼 이들을 쓰지 않는다면 1인당 비용을 5만 원가량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일부 회원제 골프장 이외에는 노 캐디제로 운영된다. 카트도 직접 운전한다.
정부는 카트·캐디 선택제를 군 골프장과 체력단련장 등 공공부문 골프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민간 골프장에도 이 제도 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현재 55개의 대중제 골프장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대부분의 골프장은 훌륭한 입지에 있고,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비골퍼들에게도 과감하게 문을 열어야 한다. 라운드 시간이 끝난 뒤 웨딩 촬영지로 활용할 수도 있고, 단체 파티를 유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문호를 개방하면 골프장은 수익성과 이미지 개선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동시에 가격을 더 낮춰 보다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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