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1차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 종목의 친선 경기를 위해 잠시 휴전했다. 반면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이 종목 경기 중 일어난 관중 충돌이 불씨가 돼 5일간 전쟁을 벌였다. 도대체 이 스포츠는 무엇일까. 바로 축구다.
특히 월드컵 축구는 지구촌(237개국) 최고의 스포츠 축제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은 208개국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204개국, 유엔(UN) 193개국보다 많다. 스포츠 행사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엄청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여름올림픽의 배가 넘는 인구가 TV로 월드컵을 시청한다. 2011년 FIFA 조사에 따르면 3억 명 이상의 인구가 200여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직접 축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그 이상’이다. 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 시장과 활동무대가 전 세계이기 때문이다. 포브스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프로축구 1부 리그의 가치는 약 400억 달러(약 43조8000억 원). 그 다음이 미식축구리그(NFL) 370억 달러(40조 원), 미국메이저리그(MLB) 157억 달러(17조 원), 미국프로농구(NBA) 115억 달러(12조600억 원) 순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전 세계스포츠산업시장 규모는 약 160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남대학교는 ‘스포츠(축구)=산업’에 일찌감치 눈을 뜨고 2005년 스포츠레저학부에 대한민국 최초로 축구전공을 개설했다. 이어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축구학과를 독립학과로 만들었다. 호남대 축구학과는 이미 10년 전부터 ‘축구 특성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 경쟁력을 인정받아 해트-트릭(Hat-Trick) 사업단이 2014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에 선정됐다. 1년에 3억 원씩 5년 동안 15억 원을 지원 받게 돼 더욱 내실 있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호남대 축구학과의 교육 방향은 사업단의 명칭처럼 3가지(세계화, 전문화, 지역화). 글로벌 인재양성, 축구전문 인재양성,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라는 3골을 모두 터뜨리겠다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박수빈 씨(4학년)는 “모두가 선수나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에는 선수나 지도자 말고도 피지컬 트레이너, 경기분석관, 에이전트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분야가 많다. 호남대 축구학과는 전문적이며 특별하고 희소성이 있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이론과 실기를 모두 겸비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호남대 장재훈 축구학과장은 “학교 측의 전폭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다른 대학 유사학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인프라를 갖췄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 잔디구장 2면, 인조 잔디구장 2면을 비롯해 최첨단 운동기능 검사실, 웨이트트레이닝장, 재활실습장, 경기분석실 등을 갖춰 취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전공 분야별로 잘 짜여진 교수진도 강점이다. 현재 7명의 교수가 축구생리, 피지컬 트레이닝, 스포츠 의학, 경기분석, 축구마케팅, 축구행정, 스포츠심리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특성화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원하고 축구시장에서 요구하는 ‘현장’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축구원리, 경기분석, 축구생리학, 축구심리학, 에이전트론, 운동 상해와 재활, 코칭론, 청소년축구지도법, 유소년지도법, 축구영어 등이 대표적이다. 1982년에 창단돼 전국대회 5차례 우승에 빛나는 33년 전통의 호남대 축구부는 축구학과에는 ‘최적의 실습장’이다.
2014년에 개최된 제1회 호남대학교 Hat-Trick 유소년축구대회는 호남대 축구학과의 역량을 한눈에 보여줬다. 대회의 기획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를 모두 축구학과 재학생이 맡아 성황리에 대회를 마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축구행정 동아리 학생들이 사전조사와 참가 팀을 확인해 대회 규모를 정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했다. 심판 동아리에서는 대회 심판을, 지도자 동아리에서는 참가팀 감독을 맡아 유소년들을 지도했다. 대회조직위원회를 맡은 과학생회는 원활하게 대회를 진행했고, 경기분석 동아리는 참가팀의 모든 경기를 촬영해 경기분석 CD를 제공했다. 의학 동아리는 경기 중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응급처치를 하는 등 재학생들은 유소년 축구대회를 통해 취업과 바로 연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았다.
대부분의 축구관련 기관이나 협회 등에서는 취업과 동시에 업무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현장 경험자를 원하고 있다. 현장 연계형 교육을 받은 호남대 축구학과 출신들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예로 K3리그에 속해 있는 시민축구단 평창FC의 사무국장인 이종필 씨(4학년)는 “대학생 신분으로 K3리그 축구팀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내 축구인생에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A매치뿐만 아니라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 경기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한국프로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축구행정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영국축구협회(FA), 아시아축구연맹(AFC),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주관하는 지도자와 심판 자격 연수를 호남대에서 실시함으로써 재학생들에게 전공 자격 취득의 기회를 넓혀 주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호남대 축구학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실기 테스트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육학과, 체육교육학과, 사회체육학과 등 다른 체육관련 학과들에 지원하는 학생들처럼 체육입시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경쟁률과 합격 커트라인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어느 정도 성적이면 합격이 가능할까.
장재훈 축구학과장은 “수시 전형의 경우 안정권은 3~4등급 안쪽이다. 매년 1~2등급 학생들도 몇 명씩 들어오고 있고, 호남대 입학생 1886명 중 전체 수석이 축구학과에서 나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2014학년도(42명)에는 수시에서 80%, 정시에서 20%를 뽑았다.
수시 면접에선 어떤 질문이 나올까. 군 복무 후 복학한 2010학번인 이진우 씨(3학년)는 “나는 수시로 합격했지만, 당시 면접은 없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물어봤다. 일반적인 것으론 학과 지원동기, 자신의 꿈, 목표에 관한 질문이 있었고, 전공 관련은 축구 전략과 전술의 차이점, 현대축구의 흐름, 감독-코치-트레이너의 관계를 설명하라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학금 수혜율은 2014학년도에는 약 50%(재학생 168명 중 83명)였지만 2015학년도에는 특성화 사업단 장학금을 더 투입해 수혜율을 70%까지 올릴 예정이다. 다양한 종류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호남대 축구학과는 독특하게 포인트제 장학금 지급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최준혁 씨(4학년)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각종 학과 행사 참여와 동아리활동, 학생회장 등 봉사활동, 각종 자격증 취득 등에 포인트를 부여해 장학금으로 환산한다. 학과에 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키워주는 일석이조의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남대 축구학과는 2015년부터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국제교육 프로그램과 글로벌 자격증 취득을 위한 연수과정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리버풀 존 무어 대학, 사우스햄튼 솔렌트 대학 등과 교환학생 및 교환교수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FA 지도자 및 피지컬 자격 연구 개설, AFC 지도자 코스도 논의하고 있다.
한국인 에이전트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이적시킨다. 한국인 심판이 월드컵 결승전 주심을 보고 한국인 감독이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리그팀의 사령탑에 오른다. 축구팬이 아니라도 한국인이라면 설레는 말이다. 결코 이루지 못할 공상이 아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누가 예상했었는가. 가슴 두근거리는 꿈이 호남대 축구학과에서 영글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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