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배구인들 사이에서 화제의 팀이 있다. 모처럼 좋은 성적을 낸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뒤로 많은 말이 나온다. 배구계만큼이나 소문이 많은 곳도 드물다. “귀에 늦게 들어오고 빨리 들어오고의 차이만 있을 뿐, 배구판에서 비밀은 없다”고 말하는 배구인도 있다.
●전화로 타 팀 수석코치에게 입질하다!
‘높은 분’의 뜻에 따라 감독과의 재계약을 거부한 A구단은 후임자를 물색하느라 요즘 동분서주하고 있다. 구단 고위층과 평소 가깝다는 배구인을 통해 ‘내려온’ 2명의 후보 중 한 명이 낙점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12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안 간다. 8일 (V리그) 시상식 때 63빌딩에서 그 구단의 단장을 우연히 만났는데, 감독을 맡아달라고 해서 ‘지금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며 최근의 사건에 자신이 연루된 것은 ‘누명’이라고 부인했다. 또 다른 후보는 다른 팀과 계약이 남아있는 데다, 중요한 국제경기를 앞두고 있어 쉽사리 움직이기 어렵다.
유력했던 후보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발되자, A구단은 백방으로 후보자를 알아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왔다. 어느 구단의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서를 내라고 했다. 그 수석코치는 전화를 건 상대방의 직책이 무엇인지, 실제 구단 관계자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팀의 수석코치도 같은 전화를 받았다. 비밀로 해달라면서 지원서를 내라고 했다. 그 코치는 “우승한 감독을 잘라놓고 무슨 소리냐”며 도리어 싫은 소리를 했다.
명색이 프로배구단의 감독을 뽑는 것인데 일 처리 과정은 마치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보는 것 같다. 진짜로 그 사람을 뽑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위에서 내려온 사람의 들러리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지원서가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감독자리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런 팀에 행여나 간들 앞으로 좋은 꼴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사건을 잉태한 3월 어느 날의 회식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회식 자리에서 A구단 최고위층이 감독에게 술을 따라줬는데 마시지 않은 것이 결정타다. 물론 그 구단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라고 했다. 그 감독은 우승하기 전까지는 이미 금주를 선언했고, 그동안 잘 지켜왔다. 따지고 보면 상을 받아야 마땅했다.
3월 중 벌어진 이 회식의 이면에는 또 다른 사건이 있다. 시즌 도중이었다. 그 팀의 훈련 때 구단 책임자가 선수들에게 기술을 지도한 것이 첫 번째 발단이었다. 그 책임자는 선수들의 약한 서브리시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손수 시범을 보였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이 해프닝은 감독과 책임자가 다음날 1대1로 만나 없던 일로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장을 존중해달라”는 감독의 얘기는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 책임자도 받아들였다.
문제는 3월 회식 때 그 책임자가 또 한 번 서브리시브 문제를 꺼낸 것이다. 시즌이 끝난 다른 팀의 유명 리베로를 임시 인스트럭터로 데려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서브리시브 훈련을 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이 말을 듣고 “그렇게 하라”고 말할 감독은 세상에 없다. 회식은 불쾌한 분위기로 끝났다. 선수들도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사기를 올리려고 했던 회식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한편 A구단은 이에 대해 “이력서 부분은 와전됐다.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후보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먼저 우리 팀에 올 의사가 있는지 전화로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미리 누구를 사전에 정해놓고 한 것이 아니고 동시에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 책임자의 기술시범도 원론적인 얘기만 한 것이지 실제로 선수들에게 기술지도를 한 것은 아니다. 그 분은 선수를 하지도 않았다. 회식 부분도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있다. 빨리 새 감독을 선정해야하는데 이런저런 소문 때문에 곤란한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기억에만 의존하는 B구단 단장
또 다른 팀의 단장도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다. 유난히 서브에 ‘꽂혀’ 있었다. 2년째 그랬다. 하필이면 자신이 지켜보는 경기마다 자기 팀 선수들이 서브 범실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자 화가 났다. 사무국장을 통해 감독에게 지시했다. 선수들이 서브를 제대로 넣을 수 있도록 훈련을 많이 시키는 등 특별조치를 주문했다. 센스가 있었던 국장은 단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 중간에서 적당히 둘러댄 뒤 현장에는 분위기만 넌지시 알려줬다.
이러기를 몇 차례. 그 단장은 지시사항이 고쳐지지 않자 직접 감독에게 주문했다. 사람 좋은 그 감독은 문제를 만들기 싫어 “알았다”고만 답했다. 그 단장은 집요했다. 직원들을 시켜서 자기 팀 선수들의 서브 성공과 실패를 모두 분석하라고 했다. 직원들은 며칠 동안 동영상을 보면서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그 팀의 서브 성공률이 최고였다. “기억을 믿지 말고 기록을 믿어라”는 메이저리그의 격언이 있다. B구단 단장은 그 말의 뜻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