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4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 추첨에서 쿠웨이트, 레바논, 미얀마, 라오스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기나긴 전쟁의 시작이다. 총 40개국이 참가해 올해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홈&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8경기씩을 치러 최종예선 출전국을 가린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펼쳐지는 아시안컵 예선을 겸한다. 각조 1위(8팀)와 각조 2위 중 절반인 4팀만이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과 UAE아시안컵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종전보다 훨씬 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베트남·오만·몰디브 약체 상대 패배 경험 2011년 레바논에 1-2로 졌을땐 감독 경질
월드컵 2차 예선 경기 스케줄 나쁘지 않아 조1위 위해 미얀마·라오스 상대 4승 필수
● 애매한 조 편성? 스케줄은 긍정적!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북한 등 껄끄러운 상대들을 피했다. 그렇다고 최종예선 진출을 낙관할 만한 조 편성도 아니다. 중동 2팀이 속해 장거리 원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러나 경기 스케줄은 나쁘지 않다. 원정 2연전이 없고, 5일 간격으로 외국으로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스케줄도 없다. 2차 예선 경기 일정을 살펴보면 한국이 2연전을 치르는 것은 올해 9월과 11월, 내년 3월에 걸쳐 총 3회다. 9월 3일 라오스와 홈경기를 벌인 뒤 닷새만인 9월 8일 레바논 원정경기를 소화한다. 비록 시간적으로는 빡빡하나 시차적응을 2번에 걸쳐 다시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11월 12일에도 미얀마와 안방에서 대결한 뒤 17일 라오스 원정경기를 치른다. 내년 3월 레바논∼쿠웨이트로 이어지는 2연전은 모두 홈에서 열린다.
한국이 이번 조 추첨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라 주어진 톱시드(포트1)를 받지 못했다면 경기 일정이 다소 불리해줄 수도 있었다. 2연전의 경우 원정으로 첫 경기를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와 홈경기를 펼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다. FIFA 랭킹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 무조건 ‘쇼크’는 피해야
한국은 월드컵 예선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한 ‘쇼크’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베트남, 오만, 몰디브, 바레인 등 한 수 아래의 상대들이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 등 무대를 달리하며 한국에 쓰라린 패배를 안긴 바 있다. 이런 ‘참사’는 대개 사령탑 경질로 이어졌다. 가까운 사례가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 원정이다. 한국은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졌다. 당시 대표팀을 지휘했던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사장)은 이 때문에 결국 해임됐다. 쿠웨이트도 반갑지 않은 상대다. 한국이 역대 전적에서 10승4무8패로 앞서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종종 덜미를 잡힌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2013년 9월 6일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원정에선 1-1로 비겼다.
그러나 더 이상 ‘쇼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으로 최종예선에 오르려면 반드시 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조 2위는 탈락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미얀마, 라오스를 상대로 4승을 챙겨야 하고, 쿠웨이트와 레바논을 상대로는 패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승점을 확보해야 한다.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쉬운 상대는 없다. 진지한 자세로 매 경기에 임하고, 철저하게 맞춤형 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