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 시즌 개막 후 4경기까지 2승2패(패-승-패-승)로 승패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 좀처럼 5할 고지에 올라서지 못했다. 4차례나 승패차 -1까지 다가선 뒤 곧바로 -2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5할 승률은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신기루’였고, 넘을 듯하면서 넘기 힘든 ‘깔딱 고개’였다. 그러다 17∼18일 대전에서 NC를 맞아 시즌 첫 2연승을 올리며 마침내 5할 고지를 탈환했다. 반타작일 뿐인 5할 승률이지만, 한화이기에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 그깟 5할이 뭐라고? 한화에는 다르다!
한화는 2010년대 들어 항상 초반 레이스부터 대열에서 낙오돼 꼴찌로 시즌을 마감하곤 했다. 개막 후 16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5할 승률을 올린 것은 김인식 감독 시절이던 2009년(8승1무7패) 이후 무려 6년만일 정도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시점에서 5할은커녕 4할 승률조차 기록한 적이 없었다<표 참고>.
최근 6년간 5차례 꼴찌. FA(프리에이전트)를 대거 영입했다곤 하지만 아직도 딱히 내세울 전력도 아니다. 게다가 포수 조인성, 키스톤콤비 정근우-한상훈은 부상으로 개막 후 한 경기도 못 뛰었다. 주전 중견수로 영입한 외국인선수 나이저 모건은 부진에 허덕이다 2군에 가더니 설상가상으로 허리까지 아프단다. 센터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에이스로 떠오른 이태양은 팔꿈치가 아파 시즌을 접었고, 개막 후 마무리투수로 맹활약하던 윤규진도 어깨 통증으로 개점휴업한 상태다. 이런 악전고투 속에 5할을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아직 신생팀 kt와는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에 더 의미가 있다.
● 한화에 5할 승률은 생명선!
한화가 시즌 초반 싸우는 모습은 한마디로 ‘촌놈 마라톤’ 같은 야구다. 한편으론 원칙도 없고, 한편으론 상식도 없는 야구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무리수”라며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바깥에서 뭐라고 하든 우린 우리 방향대로 간다”며 “우리는 하루살이다. 지금 밀리면 더 따라잡기 힘들다. 이겨야 하는 게임은 이기러 들어간다. 굳이 모양새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4월 목표에 대해 “최소 -1”이라고 밝혔다.
한화 선수들도 ‘승수 자판기’ 노릇을 하던 과거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초반 레이스에서 약점이 잡히면 상대팀이 어떻게 나오는지, 어떤 결말이 기다리는지는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눈빛부터 다르다. “밀리지 않겠다”는 간절함은 승리로 이어지고, 승리 덕분에 패배의식은 지워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5할 승률이라는 숫자보다 더 반가운 부분일 수 있다.
한화 선수들은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해 ‘2인3각 경기’를 하듯, 어깨동무를 하고 ‘십시일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배영수는 18일 NC전에서 3-6으로 끌려가다 7회말 최진행의 2점홈런으로 7-6으로 역전에 성공하자, 8회초 구원등판해 1이닝을 지워줬다. 19일 선발등판 예정이었지만 “그동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린 초반에 밀리면 안 된다”며 등판을 자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