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5월에 살아났던 NC…kt에겐 풀리지 않는 숙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9일 05시 45분


모기업의 아쉬운 투자로 1군 데뷔 시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가 KBO리그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2-6으로 져 다시 5연패에 빠진 kt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모기업의 아쉬운 투자로 1군 데뷔 시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가 KBO리그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2-6으로 져 다시 5연패에 빠진 kt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 신생팀의 4월 그리고 5월

NC나 kt나 신생구단에겐 잔인했던 4월 성적
NC, 안정적 선발진 구축…5월 반전 이끌어
kt도 유망주·용병 전력 각성 등 돌파구 절실

토마스 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그리고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고 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라일락 씨가 꽃을 피워내야 하는 과정을 이처럼 애잔하게 표현했다.

제10구단 kt 선수들은 차라리 지난 겨울의 혹독한 훈련이 더 그리울 듯하다. 2년 전 NC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과 2015년 4월은 두 신생팀에게 잔인했고, 잔인하다.

4승1무17패(승률 0.190). 22경기에서 수비 실책은 무려 27개. 2013년 4월 프로야구는 경악했다.

시즌 전 NC는 대만에서 열린 제3회 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 1라운드에 출전한 대한민국대표팀과 4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각 팀 최고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을 상대로 NC는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3경기에선 패했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삼성)은 “외국인선수들의 공이 좋고, 야수 중에 발 빠른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신생팀이라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하는데, 글쎄 내 생각은 다르다. 안정감을 찾으면 무섭게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팀이다. 선수보강이 더 이뤄지면 2∼3년 안에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4월 NC가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을 때만 해도 류 감독의 평가는 ‘립 서비스’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매우 정확한 분석이었다. 외국인 선발 3명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4선발 이재학이 가능성을 꽃피우면서 NC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안정된 선발진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나성범이 재활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타선과 수비도 강해져 “4월은 잔인했다. 그러나 5월에는 분명 희망이 있을 것”이라던 김경문 감독의 바람이 이뤄졌다.

kt는 4월, 2년 전 NC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환경이 전혀 다른데도 NC와 똑같은 조건으로 창단됐다는 점이다. NC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각 팀은 제10구단 지원에 인색해졌고, 모든 기준을 NC와 똑같이 설정했다. 그러나 NC는 128경기를, 그것도 중간 중간 3∼4일씩 쉬며 데뷔시즌을 치렀다. 당시 각 팀에는 외국인타자도 없었다.

kt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대이하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투수 교체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트레이드도 계속 추진 중이다. 잔인한 4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나성범에 손민한까지 가세해 희망을 찾은 NC와 비교해 여전히 kt의 상황은 열악해 보인다. 그러나 부상에서 돌아올 투수진, 적응을 마친 유망주, 그리고 용병 전력의 각성이 이뤄진다면 NC가 품었던 희망을 kt도 품어볼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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