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공이 명품 투수전의 승패를 갈랐다. 삼성 왼손 에이스 장원삼(32)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치고도 실투 하나에 아쉬움을 삼켰다.
장원삼은 8일 문학 SK전에서 7회말 2사까지 결점 없는 피칭을 펼쳤다. 2회말 이재원에게 볼넷, 박재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를 만들었던 게 위기의 전부. 3회 1사 후 이명기에게 좌전안타, 6회 1사 후 조동화에게 우전안타를 하나씩 맞았을 뿐, 경기 내내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투구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3회까지 41개, 6회까지 82개의 공만으로 막아냈다. 게다가 6회의 마지막 아웃카운트 두 개는 모두 삼진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안 그래도 경기 전 “장원삼이 지난해 말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하면서 몸을 만들고 구속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힘썼다”며 믿음을 표현했던 터다. 장원삼은 최고 142㎞까지 나온 직구(51개)만큼이나 슬라이더(46개)를 적극 활용하면서 SK 타선을 요리했다.
그 사이 SK 에이스 김광현과의 자존심 싸움도 팽팽했다. 김광현이 7회까지 114개의 공을 뿌리면서 3안타 7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장원삼이 7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장원삼은 선두타자 이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재상의 번트타구를 순발력 있게 처리해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그러나 2사 후 박계현에게 다시 볼넷을 내준 게 결국 화근이 됐다.
SK가 대타 김성현을 냈다. 이닝을 끝내기 위한 장원삼의 101번째 공이 왼손을 떠났다. 적재적소에 잘 통했던 슬라이더(131㎞)였다. 바로 그 공이 한가운데로 밋밋하게 몰렸다. 실투였다. 김성현이 받아쳤고,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팽팽하던 0의 행진이 순식간에 깨졌다. 장원삼은 양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한동안 마운드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곧 평정심을 찾은 장원삼이 이명기를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면서 그의 최종 성적은 7이닝 4안타(1홈런) 3볼넷 5삼진 3실점이 됐다. 아쉬운 시즌 3패째(3승). 그래도 류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장원삼이 잘 던지다 3점홈런을 허용한 게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명품 투수전을 봤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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