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 17번홀의 기적…20억 주인공 됐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2일 05시 45분


연장 2차 접전끝에 PGA 플레이어스 정상
‘죽음의 17번홀’서 3번이나 결정적 버디샷

72홀의 승부만으로는 부족했다. 연장 2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리키 파울러(27·미국)가 우승상금 180만달러(약 19억6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리키 파울러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 정상에 섰다.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파울러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캐빈 키스너(미국)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6∼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 1차전에서 가르시아가 먼저 탈락했고, 17번홀(파3)에서 이어진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 2차전에서 버디를 잡아 키스너를 제치고 우승했다.

소그래스TPC는 골퍼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코스다. 특히 17번홀(파3)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17번홀은 그린을 워터해저드가 둘러싸고 있는 아일랜드 형태로 거리(평균 137야드)에 비해 난도가 높다. 조금만 짧게 치거나 멀리치면 그린을 둘러싼 워터해저드가 블랙홀처럼 골프볼을 빨아들여 공포의 홀로 불린다. 그러나 파울러에게 17번홀은 우승을 안겨준 행운의 홀이 됐다. 파울러는 이날만 17번홀에서 3번을 경기했고, 한 번도 어려운 버디를 3번이나 뽑아내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정규 라운드에서는 티샷을 2.9m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 버디로 1타 차 단독선두가 됐다. 이어 연장 1차전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가까운 2.7m에 붙여 다시 버디에 성공했다. 가르시아를 무너뜨리는 한방이었다. 키스너와 서든데스 방식으로 펼친 연장 2차전에서 마치 악마의 홀을 가지고 노는 듯 했다. 티샷을 1.5m에 붙이면서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파울러가 3번의 버디를 기록한 17번홀은 올해도 45개의 골프볼을 집어 삼켰다. 1라운드에서 21개로 가장 많았고, 2라운드 16개, 3라운드 3개, 4라운드에서도 5명이 불운을 맛봤다.

파울러는 이날 마지막 4개 홀에서만 5타를 줄이면서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15번홀부터 버디-이글-버디-버디로 마무리한 파울러는 스트로크 수를 11개 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앞서 로코 미디에이트, 본 테일러,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7명이 12타를 기록했다.

파울러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에 대한 논란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한 골프매체에서 ‘PGA투어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기록만 보면 그런 평가를 받을 만 했다. 2009년 프로로 데뷔한 파울러는 이전 대회까지 141경기에서 고작 1승을 거뒀다. 2012년 웰스파고챔피언십이 유일한 우승이다. 앞서 2011년에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한국오픈에 출전해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우승은 많지 않았지만 인기만큼은 동갑내기이자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가 부럽지 않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오클라호마주립대 출신으로 마지막 날 모교의 상징인 오렌지색의 옷을 즐겨 입어 ‘오렌지보이’로 불렸고, 챙이 납작한 ‘스냅 백’ 모자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당당해졌다. 올 시즌 각 부문 랭킹도 톱클래스 수준이다. 페덱스컵 랭킹 10위, 10월 열리는 미국과 세계연합팀의 대륙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랭킹 7위, 그리고 세계랭킹은 개인 최고인 8위까지 치솟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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