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이대호(33·사진)가 이승엽(38·삼성)도 해내지 못한 한국인 첫 일본프로야구 홈런왕에 도전한다.
일본 니칸스포츠는 11일 “이대호가 초반 슬럼프를 극복하고 일본 데뷔 후 첫 4연속경기 홈런, 6연속경기 멀티히트, 10연속경기 장타를 기록 중”이라며 “한국 롯데 시절 9연속경기 홈런을 쳤던 선수이기에 올해가 (홈런왕을 노릴) 적기라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후 최고의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10일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홈경기에서 3-0으로 앞선 4회말 1사 1·2루서 좌중월3점홈런(시즌 10호)을 쏘아 올리며 나카타 쇼(니혼햄)와 함께 퍼시픽리그 홈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퍼시픽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 전체 공동 1위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산술적으로 144경기에 41홈런을 칠 수 있는 페이스”라고 분석했고, 니칸스포츠는 조심스럽게 ‘홈런왕’을 점치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후 가장 빠른 속도로 홈런을 생산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19홈런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5월초에 벌써 10홈런을 때려냈다. 일본 진출 직후였던 2012년(24홈런), 2013년(24홈런)과 비교해도 빠른 페이스다.
한국인 일본 홈런왕은 한·일 통산 556홈런을 기록 중인 이승엽도 거머쥐지 못했던 타이틀이다.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에서 41홈런(타율 0.323·108타점)을 터트렸지만, 당시 주니치 타이론 우즈(47홈런)에 밀려 아쉽게 2위에 올랐다. 504홈런을 친 재일동포 장훈, 200홈런(209홈런)-200도루(212도루) 클럽에 든 백인천 등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이대호도 일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홈런왕에 대해 130경기를 치른 뒤에 물어봐달라”고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4월까지 타율 0.221, 4홈런으로 부진했다. 2012년에도 5월 들어 홈런을 양산하며 이달의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지만, 이후 주춤하며 24홈런에 그친 바 있다.
그렇다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대호는 “초구부터 풀스윙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드시 한국인 최초로 일본프로야구 홈런왕을 차지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