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가 한창인 미국프로농구(NBA)가 ‘The Shot’으로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슛이라는 단어 앞에 정관사가 붙은 이 말은 1989년 5월 당시 NBA의 전설인 시카고의 마이클 조던이 클리블랜드와의 동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에 99-100으로 뒤진 상황에서 종료 직전 극적으로 역전을 성공시킨 회심의 슛 한 방을 의미한다. 팽팽한 접전에서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버저비터의 대표적 표현이다.
26년 전을 연상시키듯 현존 NBA 최고의 농구 스타인 클리블랜드의 르브론 제임스가 11일 시카고와의 NBA 동부콘퍼런스 준결승 4차전의 84-84로 맞선 동점 상황에서 종료 버저 소리와 동시에 극적인 역전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제임스는 개인 통산 3번째 플레이오프 ‘버저비터’를 터뜨리면서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제임스는 조던이 기록한 역대 플레이오프 버저비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9일 3차전에서는 ‘직계 포스트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는 시카고의 데릭 로즈가 96-96에서 3점 버저비터로 경기를 끝냈다.
두 맞수는 막판까지 접전이 벌어진 3, 4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4쿼터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과거 조던도 4쿼터 마지막 5분을 ‘조던 타임’으로 남길 정도로 눈부신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선수들은 4쿼터에 집중적으로 제임스와 로즈에게 볼을 연결하며 슛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주력했다. 제임스, 로즈를 막는 상대는 단 한 사람만 막으면 된다는 심산으로 거친 수비를 펼쳤지만 둘은 종료 직전까지 집중력을 이어갔다. 3차전에서 27점을 올린 제임스는 4쿼터에만 10점을 몰아쳤다. 로즈도 30점 중 14점을 4쿼터에 폭발시키며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에서 제임스는 자신이 올린 25점 중 8점을 4쿼터 중요한 순간에 꽂아 넣었다. 비록 졌지만 로즈도 4쿼터에 7점을 넣었다.
체력이 떨어진 데다 살얼음 승부인 4쿼터에서 득점을 몰아친다는 건 보통 정신력과 강심장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는 ‘농구 대통령’ 허재 전 KCC 감독은 1994∼1995 농구대잔치 삼성과의 결승 4차전에서 종료 전 4분 30초 동안 미친 듯이 17점을 연속으로 퍼부어 경기를 역전시킨 장면을 농구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는다.
현역 시절 ‘4쿼터의 사나이’로 불렸던 조성원 해설위원(전 KCC)은 “나는 4쿼터에 들어가면 ‘다 넣을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고 동료들에게 무조건 볼을 달라고 했다. 4쿼터는 ‘나의 쿼터’가 될 수 있다는 배포를 갖다 보니 어느 순간 4쿼터를 기다리게 되더라”라며 “제임스와 로즈도 아마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와 로즈의 신들린 4쿼터 전쟁이 13일 클리블랜드와 시카고의 5차전에서 다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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