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 셔츠를 입기 전에 우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2승이나 했다.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
1995년생 돌풍의 바통을 이어받은 고진영(20·넵스)의 표정이 더 진지해졌다. 시즌 6경기 만에 2승과 상금 3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메이저 우승과 상금왕이라는 더 큰 목표를 세웠다.
고진영의 상승세는 눈부시다. 4월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더니 2주 만에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 고지를 밟았다. 6경기 만에 상금 3억원(3억786만원)을 돌파한 건 KLPGA투어 역대 처음이다.
지난해 데뷔한 고진영은 1승과 14차례 톱10에 진입하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갑내기 김효주(롯데)와 백규정(CJ오쇼핑)의 그늘에 가렸다. 백규정과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쳤지만, 2위에 머물며 생애 단 한번 뿐인 신인왕을 놓쳤다. 김효주는 시즌 5승과 LPGA 우승 그리고 KLPGA 4관왕, 백규정은 3승과 LPGA 우승, 신인상을 휩쓸었다. 게다가 둘은 나란히 미 LPGA 투어로 진출해 빠른 성공시대를 열었다.
성적으로는 부족할 게 없었지만 동기들에 비하면 만족할 수 없었다. 고진영은 지난겨울 혹독한 훈련을 하면서 더 강해졌다. 6주 동안 베트남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돌아온 그는 체력도 좋아지고 스윙은 더 완벽해졌다. 무엇보다 골프를 대하는 생각이 달라졌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긍정은 고진영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4월26일 경남 김해의 가야골프장에서 열린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4라운드. 17번홀까지 이승현과 동타를 이룬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짜릿한 버디를 성공시키며 첫 우승을 만들어냈다. 고진영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성경 구절을 찾아 읽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한다”면서 “첫 우승 때도 경기 내내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18번홀에 들어올 때 동타인 걸 알았는데,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게 집중했다. 그 결과 멋진 버디로 연결됐다”며 웃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 고진영은 ‘빅3’로 평가받아온 허윤경, 이정민, 전인지 등에 비해 관심이 덜했다. 그러나 개막 후 판도가 확 달라졌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한 전인지와 함께 단숨에 빅2로 자리 잡았다.
고진영은 “벌써 2승을 해 기분이 좋다. 사실 올 상반기 2승이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제는 새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 확실한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큰 목표를 그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뒤 친구이자 라이벌인 백규정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 그는 “규정이가 ‘미국생활이 어렵긴 하지만 재밌다’라고 했다. 그 순간 함께 LPGA 투어에서 뛰면 더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다. 올해 메이저 우승도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목표도 많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면 그때 미국으로 진출해 친구들과 당당하게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