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사장부터 후보까지 ‘찰칵’… 제주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K리그 조성환 감독 단체사진 제의… 라커룸서 결속 다지는 전통 생겨
소통 키워드로 예상 깨고 3위 선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3위로 선전하고 있는 제주는 올 시즌 경기에서 승리하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라커룸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제주 제공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3위로 선전하고 있는 제주는 올 시즌 경기에서 승리하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라커룸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제주 제공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제주에는 최근 하나의 전통이 생겼다. 안방이든 원정이든 이기면 라커룸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다. 주전으로 뛴 선수나 벤치를 지킨 선수나 모두가 하나 되는 장이다.

조성환 제주 감독(45·사진)이 만들었다. 조 감독은 “팀을 맡은 뒤 처음 이겼을 때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었다. 처음엔 엉겁결에 했는데 의미가 있었다. 승리는 주전만이 이룬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한 것이다. 그래서 이길 때마다 라커룸에서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고 말했다. 장석수 사장(55)은 물론 구단 관계자 대부분이 사진에 찍혔다. 선수들이 팔을 잡아당기며 “사장님과 다른 분들은 우리 팀이 아닌가요”라며 끌고 갔다고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제주가 전북(승점 25)과 수원(승점 17)에 이어 3위(승점 15)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에는 ‘하나’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조 감독은 “90분간 뛴 선수도 있지만 그 옆에서 지켜보는 선수와 팀 관계자들도 승리를 원했다. 주전만이 승리를 만든 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승리를 위해 하나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조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팀 관계자는 “인자함과 배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더라도 정과 의리는 있어야 한다. 서로 믿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더라도 그 재능을 제대로 빼낼 수가 없다”고 답했다. 조 감독은 ‘소통’을 최우선으로 한다. 선수들과 일대일 대화는 기본. 하지만 감독과 선수가 일대일로 만나는 데 선수들이 거부감을 느끼자 공격수와 수비수, 고참과 후배들로 그룹을 나눠 따로따로 회식 자리를 마련하면서까지 선수들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조 감독은 23일 전남과의 안방경기 때 ‘오렌지색’ 머리로 팬들을 맞는다. 안방 관중이 2만 명을 넘을 경우 머리를 팀 유니폼 색깔과 같은 오렌지색으로 염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는 5일 울산과의 안방경기 때(2-1 제주 승) 실관중 집계(2012년) 이후 처음으로 2만 관중(2만13명)을 넘었다. 조 감독은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서라면 머리가 무슨 문제인가. 팬들이 즐겁다면 뭐든 다 하겠다”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기면#조성환#제주#라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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