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홈구장 인천SK행복드림구장(사진)에는 5월 9∼10일 삼성전 때 2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렸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2만명을 넘기면 경기 후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도로까지 다다르는 데만 최소 1시간이 기본이었습니다. 차가 안 막히면 3분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만원관중이 들어차도 10분이면 야구장 주차장에서 큰길까지 도달합니다. SK가 그동안 야구장에 수많은 변화를 가미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장 서비스는 야구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경기 후 야구장에서 집까지 쾌적하게 가도록 하는 서비스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SK 프런트의 ‘발상의 확장’이 빚어낸 ‘작품’입니다. 바로 눈에 띄는 ‘하드 인프라’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 않지만 진짜 필요한 ‘소프트 서비스’에까지 눈을 돌린, 한국 스포츠에선 드문 사례이기도 합니다.
#사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주차장이 딱히 넓어진 것도, 그렇다고 길을 새로 낸 것도 아닙니다. SK야구장사업팀 김재진 매니저를 통해 그 답을 들어봤습니다. “2년 전 SK는 인천시로부터 야구장 위·수탁권을 받자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주차장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예전에는 SK도 빌려 쓰는 처지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죠. 일단 주차장 직원을 전원 전문업체 사람으로 바꿨습니다. 8회부터는 SK 직원도 나가서 상황을 통제합니다. 경기 직후에 한해 주차장 진입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밖으로 나가는 차선을 확장했습니다. VIP 전용 진입로도 개방했습니다. 인근 지역 3개 경찰서의 협조를 구해 경기 직후 야구장 주변 신호체계까지 일시적으로 바꿉니다.” 불편하면 바꾸는 것이 혁신입니다. 야구장 운영주체가 바뀐 덕분에, 그리고 몇 가지의 아이디어 덕분에 야구장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관(官)이 추구하는 바와 민간기업이 잘할 수 있는 지점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한국에서 프로스포츠는 공공재일까요?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야구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고 싶어 합니다. 한 야구단 사장은 “우리 기업이 이익을 보려고 야구단을 하는 줄 아는가”라고 한탄합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는 프로야구단이 대기업에 사유화된 구조에 집착합니다. 그 때문에 야구장 위·수탁 안건이 상정되면 “왜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 하느냐”며 쌍심지를 켭니다. 스포츠에 정치색이 개입되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야구팬 또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갑니다. 인천시가 ‘왜 주차비(1대당 2000원)를 전부 SK 야구단 주머니에 들어가게 하느냐’는 식으로 바라봤다면, 아직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아수라장이었을 테지요.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씨가 쓴 ‘꿈의 기업 메이저리그’에 보면 LA 다저스의 경우 주차 수입만 1000만달러(약 110억원)에 달합니다. 빅리그 선수의 평균 연봉이 300만달러(약 33억원) 선이니, 족히 3명을 잡을 돈이 생깁니다. 반면 탬파베이는 주차료를 무료로 해서 관중을 유인합니다. 모두 야구단이 야구장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어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구단 수익을 빼앗아먹으려고 안달인 지자체가 수도인 나라에서 우리 팬들은 야구장에 오면 당연히 받아야 할 편의를 못 누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