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영웅들, 평창 조직위 '연출자' 변신 맹활약…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4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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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 한국은 막판 중국에 대역전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승부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선수는 4번 주자로 나섰던 변천사(28·당시 19세)였다.

계주에서는 일반적으로 1, 2번 주자에 뛰어난 선수를 배치하고 4번은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쓴다. 변천사는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었다. 다른 나라의 4번 주자를 상대로 선두를 탈환하는 중책을 맡았고,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9년의 시간이 지난 요즘 변천사는 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쇼트트랙 스포츠매니저가 그의 직함이다. 평창 조직위에는 변천사처럼 선수 시절 나라를 대표해 세계무대를 누볐던 직원들이 여럿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리스트인 고기현(29)은 쇼트트랙·피겨 및 스피드 스케이팅 베뉴(경기장) 매니저를 맡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와 감독을 지낸 변종문(39)은 알파인스키 스포츠매니저, 바이애슬론 국가대표와 감독을 역임한 신용선(46)은 바이애슬론 스포츠매니저다.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인 김흥수(35)도 스키점프·노르딕복합 스포츠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이들을 포함해 선수 출신 조직위 직원은 13명이나 된다.

스포츠매니저는 경기장 설계 단계부터 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 준비의 모든 분야에 참여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국제연맹의 규정과 규격에 따라 각 경기장이 최상의 조건으로 준비될 수 있도록 연맹과 조직위원회 간 의견을 조율하고, 경기일정 수립과 경기운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 등의 조달도 책임진다. 변천사 매니저는 “선수가 올림픽에 나서는 배우라면 스포츠매니저는 올림픽을 만드는 연출자”라고 설명했다.

평창 올림픽은 ‘선수 중심, 경기 중심’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겨울 스포츠 종목들은 미끄러운 빙판과 야외의 설상에서 진행되는 만큼 변수도 많고 준비해야 할 조건들도 까다롭다. 경기현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경험 많은 선수 출신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스키점프·노르딕복합을 담당하고 있는 김흥수 매니저는 “1991년 국내 최초로 스키점프 선수가 됐고 국가대표와 지도자도 지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스포츠매니저로서 완벽한 경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1996년 하얼빈 겨울아시아경기 알파인 스키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변종문 매니저는 “내년 2월 열리는 알파인스키 테스트이벤트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평창 대회 첫 테스트이벤트로 주목받고 있어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렇게 훌륭한 슬로프와 시설에서 경기할 수 있다면 다시 선수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한편 평창 조직위는 이승훈(27)과 모태범(26), 박승희(23) 등 스피드스케이팅 3인방을 대회 홍보대사로 위촉한다고 14일 밝혔다. 위촉식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G(Game)-1000일’ 기념행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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