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cm·90kg 체구불구 130km 구속이 문제 2군 집중조련 후 147km 찍어…5일 데뷔 첫 승
2군 패전처리에서 1군 선발까지….
넥센 김동준(23)은 ‘걸음이 느린 아이’다. 2012년 부경고를 졸업한 그는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의 9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1군 기록은 2014년 5경기 등판에 6이닝(방어율 6.00)이 전부. 그 전까지는 입단 이후 2년간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을 정도로 팀 내 위상은 미미했다.
그만큼 야구인생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하위 지명이었고, 주목하는 이도 많지 않았다. 키 185cm에 몸무게 90kg이 넘는 건장한 체격이지만, 시속 130km대 후반의 직구로는 냉혹한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역할은 패전처리. 맞고 또 맞았다. 2014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7승10패4홀드, 방어율 5.45(173.1이닝)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아예 2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빠졌다. 실망이 컸다. 전남 강진에서 류영수 코치의 집중조련을 받았다. 김동준은 “강진에서 많이 던지고, 류 코치님과 섀도 피칭(공 없이 투구자세를 취하는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좋아졌다”고 밝혔다. 2군에서 최상덕 투수코치와 기술적 문제를 다듬었고, 1년 넘게 들인 노력은 효과를 냈다. 직구 구속이 146∼147km까지 올랐다. 강점인 제구에 날개를 단 것이다. 올해는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밸런스와 릴리스 포인트를 보완하면서 자신감이 더 늘었다.
4월 5일 목동 SK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경기를 치러 3.2이닝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생소했던 그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5일 목동 삼성전에 구원등판해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고대하던 데뷔 첫 승을 따냈다. 4선발 문성현의 부진으로 임시선발까지 맡게 돼 5월까진 선발투수로 활약한다. 첫 선발등판이었던 10일 목동 KIA전에서 5이닝 2실점(무자책) 호투하고도 불펜의 난조를 승리를 얻진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충분했다.
부산 출신인 김동준은 “선발 첫 승이 아쉽지만 데뷔 첫 승도 운이 따랐다”며 웃었다. 이어 “작년엔 (1군) 마운드에서 후회가 많았다. 올해는 후회 없이 내 공을 던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2일 사직 롯데전을 마치고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의 “계속 잘하라”는 짧은 응원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