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 몸이 기억하도록 훈련량 중시 엄지 부상 회복 강도높은 펑고 블로킹 척척 매일 출전할 수 있어 좋아…실력으로 보답
kt로 이적한 장성우(25·사진)는 1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포수 훈련을 재개했다. 장재중 배터리코치가 꽤 강도 높은 펑고로 블로킹 훈련을 반복시켰다. 장성우는 이적 다음날인 3일 수원 NC전에 앞서 타격훈련을 하다가 오른 엄지를 다친 탓에 줄곧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장성우는 “이제 회복돼 포수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지명타자가 더 힘들다”며 웃었다. 롯데 시절보다 밝아진 느낌이었다. 무언가 목표의식이 생긴 사람의 생기가 돌았다.
● 장성우의 kt 적응기
롯데와 kt의 가장 큰 차이점은 훈련량이었다. “로이스터, 양승호 감독님처럼 훈련 많이 안 시키는 감독님들 밑에서 계속 야구를 했다. kt에 와서 처음으로 훈련을 많이 시키는 감독님을 만난 것 같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롯데 감독들은 훈련의 효율을 강조했다면, kt 조범현 감독은 훈련량의 힘을 믿는 지도자다. KIA 사령탑 시절부터 몸이 기억하도록 만드는 훈련을 중시했는데, 신생팀 kt에 와서 더욱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터다. 장성우는 “kt에 와서 경기 후 야간훈련도 해봤다. 지방 원정에 가기 전, 수원에서 훈련을 하고 내려간다. 자율이지만 분위기가 그러니까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롯데에서 경험하지 못한 패턴이라 적응이 쉽지 않을 법도 하건만, “막상 해보니 할 만하다”고 했다. 롯데 선수들에게 kt의 스케줄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 보내준 적이 있다. 장성우는 “롯데 동료들이 ‘처음에 장난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며 슬쩍 웃었다.
● kt로 와서 좋은 점과 힘든 점
사실 야구로 밥을 먹고 사는 직업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훈련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경기에 나갈 수 있느냐 아니냐다. 장성우도 kt로 와서 가장 좋은 점으로 망설임 없이 “경기에 매일 나갈 수 있는 것”을 꼽았다. 경남고 시절까지 후보는 남의 얘기인 줄 알고 야구를 했던 장성우다. 그러나 롯데에서 강민호(30)라는 존재는 유리천장 같았다. 롯데가 두 포수의 중복을 최소화하기 장성우를 경찰청에 보내 시간을 벌었으나, 강민호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잔류하면서 지난해 다시 ‘제로섬 동거’가 시작됐다.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처음 알았다. 그래서 트레이드에 대해 장성우는 경남고 은사이기도 한 롯데 이종운 감독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kt에 와서 가장 힘든 점은 훈련량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부산을 떠나 수원에 집을 얻어 혼자 사는 타향살이가 시작됐다. 내심 15일부터 수원에서 열리는 롯데전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운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서다. 선배 포수 강민호는 지금도 장성우와 연락을 자주 한다. “네가 없으니 내가 매일 경기에 나가야 해서 힘들다”는 투정(?)을 듣는다.
● 조범현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다!
조범현 감독은 포수 육성의 최고 권위자다. 이런 조 감독의 눈에 든 것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kt가 심장과도 같았던 차세대 에이스 박세웅을 내주고 받아온 선수가 장성우인 것이다. 장성우는 “군필만 빼놓곤 내가 (롯데로 간 선수들보다) 나을 것도 없는데 선택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그 보답은 kt의 으뜸포수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일단 kt 투수들부터 공부하고 싶다. 우리 투수들을 알아야 어떤 공을 어떤 상황에 요구할지 내가 판단이 선다.” 선수에게 맡기는 자율야구를 선호한 롯데와 달리 조 감독은 공 1구마다 의미를 준다. 볼 배합에 정석이 있다고 믿는 조 감독에게 인정받으려면 영화 ‘위플래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죽도록 야구에 몰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적어도 지금 장성우는 그럴 각오는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