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9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경기장 앞 중앙광장에 돗자리와 텐트를 들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 밤을 새울 것을 각오한 듯 두툼한 겨울옷까지 챙겨 왔다. 삼삼오오 몰려든 사람들로 다음 날 오전 6시에는 2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의 목표는 프로축구 수원의 유니폼 구매였다.
수원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초창기 유니폼을 복원한 레트로 유니폼을 만들었다. 창단 연도인 1995년에 착안해 1995벌(안방 유니폼 1500벌, 방문 유니폼 495벌)로 한정 제작했다. 8일 온라인으로 1차 판매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준비한 500벌이 모두 팔렸다. 추가로 543벌을 풀었지만 이마저도 10분 안에 주인을 찾아갔다. 기본 유니폼 상의가 8만9000원에 등번호와 이름까지 새기는 비용을 포함하면 10만 원이 넘는데도(12만7000원) 물건이 없어서 구하지 못했다.
구매 경쟁의 절정은 16일 제주전에 앞서 오프라인으로 418벌을 판매할 때였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전날부터 밤을 새워 판매 시작(오전 9시)을 기다렸다.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수원의 레트로 유니폼은 이미 17일 현재 인터넷 중고장터에 올라와 2배 넘는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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