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1군에서 다시 만난 KIA ‘ML 삼총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2일 05시 45분


광주일고 동문이자 전직 메이저리거인 KIA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왼쪽부터)은 1년 전 “셋이 동시에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한번 같이 뛰어보고 은퇴하자”는 대화를 나눴다. 당시에는 꿈만 같던 그 약속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광주일고 동문이자 전직 메이저리거인 KIA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왼쪽부터)은 1년 전 “셋이 동시에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한번 같이 뛰어보고 은퇴하자”는 대화를 나눴다. 당시에는 꿈만 같던 그 약속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난해 “한번 같이 뛰어보고 끝내야” 약속
최희섭 올 시즌 펄펄…김병현도 선발 합류
서재응 1군 동행…KIA 영광 재현 의기투합

“지난해 전남 함평 KIA 챌린저스 필드에서 재활하고 있을 때에요. (김)병현이 형이 ‘야, 우리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한번 같이 뛰어보고 끝내야 되지 않겠냐’라고 하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제가 그랬죠. ‘형님, 장난해?’ (서)재응이 형하고 저는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김기태 감독님이 오시고, 저랑 재응이 형, 병현이 형 셋이 같이 한번은 할 수 있겠다는 바람이 생겨요.”

KIA 최희섭(36)은 1월 말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이렇게 진심을 말했다. 서재응(38), 김병현(36), 최희섭의 광주일고 3총사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다. 이들은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 한국야구의 족적을 남긴 뒤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담아둔 채 시간차를 두고 고향팀 KIA로 돌아왔다. KIA에서 현역인생의 마침표를 찍기 직전, 쉼표가 긴 세월이었다. 이제 고향팬들을 위해 느낌표를 한번은 찍고 끝내기를 하겠다는 ‘도원결의’로 뭉쳤다.

● 버티는 최희섭, 돌아온 서재응-김병현

최희섭은 “팬과 팀, 김기태 감독님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뛰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3월 28일 개막 이후 5월 21일까지 하루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김병현이 시즌 첫 등판을 한 21일 사직 롯데전에 5번 지명타자로 나선 최희섭은 4회 1사 후 구승민을 상대로 KBO리그 통산 100호 홈런(역대 70번째)을 터트렸다. 36세 2개월 5일만에 나온 최고령 100호 홈런 기록이었다.

4월 25일 서재응이 1군에 가세했다. 그리고 5월 17일 김병현이 돌아왔다. 김병현이 1군 엔트리에 합류하면서 서재응이 제외됐지만, 김 감독은 서재응을 1군에 동행시키고 있다. 다시 엔트리에 넣을 것이란 얘기다. 서재응과 김병현은 괌에 재활캠프를 차렸었다. 김병현은 맹장수술을 한 탓에 중도 귀국했으나 이후 다시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최희섭은 21일 김병현의 선발등판을 앞두고 “1년 전 바람이 이뤄졌다”며 웃었다.

● 추신수-강정호-류현진의 선구자들

텍사스 추신수(33)가 인정하는 야구 선배가 최희섭이다. 자신보다 먼저 한국인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음을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국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의 자긍심과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선배가 최희섭일 것이다. 피츠버그 강정호(28)는 KIA 3총사의 광주일고 직계후배다. 강정호가 고교를 다닐 때, 미국에서 뛰는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웠을 것이다. LA 다저스 류현진(28)에 앞서 박찬호(42·은퇴)를 시작으로 서재응, 최희섭이 그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류현진은 지금 어깨 수술 후 기약 없는 재활이라는 시련의 길을 걸어야 한다. 부상 부위는 다르지만, 김병현 역시 발목을 다친 이후 밸런스가 무너져 긴 재활을 거쳐야 했다. KIA 3총사는 ‘일시적 굴곡은 있어도 야구는 계속된다’고 알려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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