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조 알바레즈(60) 코치는 한국야구에 특별한 사람이다. 1991년 제8구단 쌍방울의 주루코치로 한국야구에 등장해 공격적 베이스러닝을 알려준 사람이다. KBO리그는 2007∼2008년 두산-SK의 전쟁을 계기로 베이스러닝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지만, 되돌아보면 그 터전은 1990년대 알바레즈 코치가 퍼뜨린 생각이었다. 그는 쌍방울∼롯데∼LG를 거치며 메이저리그식베이스러닝과 수비, 접근방식 등을 전파했다. 공교롭게도 알바레즈는 변화의 시기에 한국을 떠나 있다가 16년 만인 2012년 돌아왔다. 그 덕분에 객관적 시각으로 우리 야구의 변화와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야구는 어느 위치에 있고, 과거와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직접 들어봤다.
쌍방울 코치때 공격적 베이스러닝 전파 90년대 한국야구 우수한 선수 더 많아 요즘 수비 루틴플레이서 실수…집중력 문제 최고의 수비선수? 이종범과 한대화 이종범 군대 안갔더라면 다저스 콜 했을것 야구는 멘탈게임, 똑똑하게 오래하는 게 중요
-아무래도 지금의 야구가 1990년대보다는 더 발전했다고 봐야 하는가.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1990년대가 더 우수했다고 본다. 이 말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 얘기는 당시가 더 경쟁적이었고, 더 나은 선수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해태는 왕조라고 할 만큼 대단했다. 1995∼1998년의 LG도 좋았고, 1994∼1996년의 롯데와 현대도 강한 팀이었다. 물론 지금 야구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팀이 많아지면서 좋은 기량의 선수가 여러 팀에 나눠져 지금 리그의 전체적 수준은 떨어져 보인다. 메이저리그도 그랬다. 22개 팀으로 하던 리그와 30개 팀으로 늘어난 리그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특히 투수의 질에서 차이가 크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도 전 세계로 눈을 돌려 선수를 수급하려고 한다.”
-처음 한국에 와서 보여줬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은 인상적이었다.
“베이스러닝에 대한 내 야구철학은 항상 같다. ‘좋은 베이스러닝은 한 시즌에 12∼15승을 더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도루는 물론이고 안타 때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하는 공격적 생각이 상대를 괴롭힌다. 베이스러닝이 공격적이면 상대 투수들은 변화구 대신 직구 위주의 피칭을 먼저 생각한다. 이는 우리 팀 타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상대 수비수들에게도 부담을 줘 흔들 수 있다.”
-과거와 지금의 베이스러닝을 비교한다면.
“전체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차이가 크다. 당시는 각 팀에 빠른 선수가 드물었다. 지금은 팀마다 3∼4명 이상이 있다. 좋은 베이스러닝을 위해선 스피드가 필요하지만, 보통의 선수들도 좋은 베이스러닝을 할 수 있다. 스마트한 주자면 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뛴다는 생각만 잘하면 보통의 스피드라도 성공할 수 있다.”
-수비는 어떤가.
“다양한 시프트 등 많은 부분에서 늘기는 했다. 그 대신 루틴 플레이에서 실수가 많이 나온다. 1990년대 선수들은 평범한 플레이는 반드시 아웃으로 잡았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그런 플레이에서 범실을 한다. 집중력 부족인데, 나는 이를 ‘ESPN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이 ESPN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다보니 루틴에 집중하기보다는 화려한 플레이를 더 생각해서 나온 현상이다.”
-수비로만 볼 때 가장 이런 플레이를 잘했던 선수의 이름을 들어줄 수 있나?
“이종범과 해태 8번(한대화)이었다. 8번은 정말 꾸준했다. 이종범에게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1994년 롯데 주루코치로 한국에 올 때 피터 오말리 LA 다저스 구단주가 따로 불렀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선수가 보이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선수가 이종범이었다. 강한 어깨와 수비범위, 스피드 모두 메이저리그급이었다. 당시 다저스는 알프레도 그리핀이라는 유격수가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가 되는데, 이 선수가 다저스에 남을지 말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이종범을 생각했다. 만약 이종범이 1995년 군에 가지 않았다면 다저스가 나섰을 것이다. 선동열도 메이저리그에 갔다면 한국에서처럼 압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성공했을 것으로 본다.”
-야구는 같지만 한국, 일본, 메이저리그는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그 말에 동의하는가.
“서로의 장단점이 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다. 눈에 띄는 차이는 훈련의 질과 양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것이다. 투수를 쓰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지금 선수들은 1990년대 선수들과 비교하면 육체적으로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훈련을 무리해서 하면 부상 우려가 있다. 훈련의 양과 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질이라고 본다. 물론 운동은 근육의 기억이지만, 한계는 있다. 야구는 멘탈 게임인데, 한국야구는 요즘 피지컬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육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똑똑한 선수가 돼서 야구를 오래하는 것이다.”
-스마트한 야구를 말했는데 어떤 것인가.
“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때리는 순간 플레이가 일어난다. 투수가 그 다음 공을 던지기까지는 약 10초의 시간이 있다. 이 시간에 타자나 주자, 투수, 야수 모두가 생각을 하고 예측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 되면 어떻게 플레이하겠다는 것을 미리 생각해두면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이 프로그래밍이고, 스마트한 야구다. 생각은 슈퍼스타가 아닌 어떤 선수라도 할 수 있다. 하버드대 출신만이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한 선수는 스프링캠프부터 항상 생각하고 준비한다. 멘탈을 강화시켜 똑똑한 야구를 하게끔 미리 몸과 머리를 프로그래밍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한 플레이를 먼저 생각하라. 상대보다 먼저 공 한 개를 생각하고, 머리로 예측하고 준비해라. 그러면 그 상황이 벌어질 때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인다’고 양키스 시절 배웠다.”
-한국야구에 오는 외국인선수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주니치에 있을 때 스카우트 업무를 했다. 그때 판단한 성공의 기준은 3가지였다. 첫째는 성격 또는 인성, 둘째는 헝그리 정신, 셋째는 가족이 없는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붙박이보다는 트리플A를 들락날락하는 선수가 더 목표의식이 높고 헝그리 정신이 있다. 또 가족이 있으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일본야구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선수는 한국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본인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선수는 실패한다. 상대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다른 리그에 가면 그 리그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NC 에릭 테임즈가 최고로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다. 팬에 사랑받고, 동료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항상 자기 기량의 100%를 발휘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트리플A 선수는 2만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KBO리그에서 뛰면 최소 30만∼40만달러를 준다. 큰 돈이지만 여기서 만족하는 선수는 실패하고, 발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겠다고 하는 선수는 성공한다.”
-한국생활을 오래 하는데,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공교롭게도 1995년 롯데, 1997년과 1998년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 나갔는데 모두 졌다.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고 은퇴하겠다. 한국과의 오랜 인연으로 많은 사람을 알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축복 받았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았다. 2년간 쌍방울에서 함께 했던 김인식 감독은 훌륭한 사람(wonderful man)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열린 마인드를 가졌고 스마트했다. 김용희 감독은 오랜 기간 알아온 친구다. 좋은 사람(good man)이자 선수를 위한 감독(player‘s manager)이다. 물론 감독은 결정권자고 나는 조언을 할 뿐이다.”
● 조 알바레즈는?
▲출생=1955년 6월 11일(쿠바 태생) ▲키·몸무게=180cm·75kg ▲출신교=미국 세인트포트릭고교∼마이애미대학교(우투우타·내야수) ▲ 메이저리그 경력=뉴욕 양키스(1974∼1976년), 휴스턴(1976∼1977년) ▲지도자 경력=애리조나 다저스 감독(1984∼1988년), 베로비치 다저스 감독(1989∼1990년), 쌍방울 주루코치(1991년), 롯데 주루코치(1994∼1996년), LG 주루 및 수비코치(1997∼1998년), SK 주루코치(2012년)·수비코치(2015년)